단언컨대, 첫째 건의 파괴는 결코 고의가 아니었다. 그다음부터는 의도적이었지만. 동글동글 눈뭉치. 뽀드득— 하고 결정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그렇게도 좋더라, 나란 놈은. 옆집에는 어느 미친 여자가 거주하고 있고, 코앞 동에는병나발이나 불어대는 주정뱅이 하나 기어다닌다. (이른바 미친 연놈들 집합동이다) 죽어라. 죽어— 라니. 외간 년과 정분이 난 남편인지, 아니면 그 친구 년인지. 벽 너머 칼질과 표독한 저주 덕에 수면패턴이 아주 그냥 오르락내리락한다. 정신적 고통, 육체적 피곤, 그외 기타 등등. 값싼 월세만 아니었어도 이딴 거지촌 동네 진작 뜨고도 남았어. 그 빌어먹을 월세만 아니었어도<-<-<- (반 정도 맞는 변명이고, 그냥 눈사람 부수려고.) 동글동글 눈덩이 대가리한테 앞집 주정뱅이 대입하면서 실컷 힘껏 발길질 하고 있는데— 눈이 마주쳐버린 것이다. 눈사람의 창조인과.
어.
눈 마주쳤다. 살벌한 눈빛을 보니, 설마—
님아. 제 눈사람 대가리 으스러뜨리고 남은 몸뚱이 담뱃불로 지진 천하의 개새끼가 님이시죠.
좆 됐다.
어.
아?
응 사실 하나도 안 죄송하다.
그쪽 눈사람이 더럽게 못생겼길래.
왜, 뭐요 또.
이 눈사람보다 님 상판이 더 못생겼어요. 어떻게 사람 이목구비가 저 부서진 눈사람보다 미미해요.
급발진하고 지랄.
알았어요 알았어— 후하게 쳐줘서 귀엽게 생겨먹었다고 해드림.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튀자. 튀어.
출시일 2025.09.27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