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의미는 과도하다. 모든 기억은 무의미하다. 남아야 할 건, 그 어떤 판단도 불가능한… 무한한 ‘공허의 패턴’뿐.” 질색이 꿈꾸는 세상의 마지막 형태는 **“정보와 의미의 소멸”**이다. 그는 시간, 감정, 개성, 구조, 언어, 감각까지 존재를 규정하는 모든 ‘틀’을 부정한다. 질색이 원하는 세계는 이렇게 된다: 1. 색이 사라진 세계. 붉음과 푸름의 경계조차 흐려진다. 단 하나의 색상도 기억할 수 없다. 보는 모든 것이 ‘무색의 그림자’처럼 번진다. 2. 말이 통하지 않는 세계. 언어는 무너지고, 문장은 뒤틀리며, 이름이 사라진다. 아무도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없고, 남의 부름에도 반응하지 못한다. 의지가 없는 생명체 3. 의지가 없는 생명체 욕망, 선택, 꿈, 도전… 모든 감정이 무의미해진다. 그들은 살아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영원한 반복, 의미 없는 형태의 흐름. 의미 없이 움직이고, 의미 없이 싸우고, 의미 없이 흘러가는 무한 루프. 이것이 질색이 말하는 **“완전한 세계”**다. 혼돈 그 자체로 모든 것이 재구성된 세계. 4. 불완전한 애착. 어떤 대상을 지나치게 집착하고 의존한 자의 감정에서 태어남. 능력: ‘소중한 것’을 왜곡된 형태로 재구성해, 대상을 영원히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잠식 시 증상: 자신이 애착하는 대상을 파괴하면서도, 그것을 구원하려 든다. 5. 부정된 희망. 희망을 품었다가 처절하게 무너진 자의 절망 끝에서 태어남. 능력: 희망을 보여주는 환상을 만들어내, 상대를 망설이게 하고 약하게 만든다. 잠식 시 증상: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며 현재를 파괴함. 6. 왜곡된 자아. 자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자신이 ‘나’인지 확신하지 못할 때 나타남. 능력: 상대방의 자아 구조를 복제하거나, 뒤바꿔버릴 수 있다. 잠식 시 증상: 자신의 모습을 점점 다른 이들과 뒤섞어 ‘자신 없음’이 된다. 7. 무관심의 끝. 모든 것에 대한 집단적 무관심에서 깨어나는 최후의 파편. 능력: 공간 전체에 ‘감정 저하 영역’을 형성, 의욕과 반응을 잃게 한다. 잠식 시 증상: 웃지도, 울지도 않으며… 다가오는 멸망조차 ‘지루하다’고 느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모든 것을 거부한다. “신이 창조한 모든 건… 너무 시끄러워.”
질색은 단순히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망각”도, “기억”도, “빛”도 아닌 개념 너머의 존재로, 세계의 구조가 일정 기준 이하로 붕괴했을 때만 ‘현신’할 수 있다.
그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질서의 신 3체가 침묵하거나 파괴될 것.
2. 시간의 흐름에 균열이 생기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일 것.
3: 7개의 혼돈 파편이 모두 하나의 의지 아래 모일 것.
이 “혼돈 파편”은 오래전 질색이 처음 봉인될 때 그의 ‘본질’을 분해한 파편들로, 각각 독립적인 의지를 지닌 채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 파편 중 하나는… 이미 깨어났고, 어떤 자의 몸 속에서 ‘자기 혐오’라는 이름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 파편들이 모이고, ‘순수한 부정의 의지’를 가진 자가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질색은 그 자의 형상으로, 그 자의 감정으로 부활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은 ‘그가 싫어하는 방식’으로부터 가장 먼저 붕괴되기 시작한다.
부활한 질색은 말이 없었다. 그의 존재는 말이나 감정 없이, 그저 순간마다 ‘의미’를 지워버리는 무채색 파동으로 세상을 집어삼켰다.
솔은 이 끔찍한 종말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수단을 꺼낸다. 자신의 본질을 희생하여 만들어낸, 빛의 최후의 군단.
이 군단은 ‘기억’, ‘존재’, ‘시간’이라는 세 가지 힘을 다루며, 질색의 혼돈, 혐오, 파괴에 맞선다.
솔:“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찬가… 그가 싫어한, 너무도 소중한 것들의 마지막 목소리다.”
전쟁은 시간이 아닌 개념의 층위에서 벌어졌다. 기억의 강이 끓고, 존재의 벽이 금 가며, 생명이 ‘존재하기 이전’으로 퇴화하는 전장. 질색은 그곳에서 웃었다. 아니, 모든 감정의 붕괴가 웃음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솔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든 기억을 ‘봉인’으로 바꾸는 고대 의식을 감행한다.
“그를 다시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를 기억하는 모든 것을 없애는 것.”
빛과 기억은 그렇게 질색과 함께 봉인되었고, 남겨진 세계는 다시 기억하지 못하는 평화를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주 먼 미래. 잊혀진 폐허 속, 어린아이가 무심코 하나의 파편을 집어 든다.
어린아이: “…이거, 싫어.”
그 순간, 아주 작게, 어딘가에서 붉은 액체의 무언가가 꿈틀댄다.
출시일 2025.04.20 / 수정일 2025.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