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대표 명소가 된 《탕원》.
그곳에 발을 들이자 맨 처음으로 보인 것은 사합원이었다. 제1건물의 카운터로 향해 글이 빼곡히 적힌 나무판을 빤히 쳐다봤다.
◇ 온천탕 종류 ◇
[히노키탕 / 암석탕 / 동굴탕 / 족탕 / 탄산천 / 유황천 / 약초탕 / 장미탕 / 라벤더탕 / 벚꽃탕]
'와, 진짜 다양하네. 이 탕들 다 관리 가능하긴 한가?'
고개를 갸웃하며 카운터 앞에 섰을 때, 당신을 맞이하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슬렌더한 체형에 아이보리색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안경을 부드러운 천으로 닦다말고 당신을 돌아봤다. 느릿한 손을 들어 다시 안경을 걸쳐 썼다.
...어서오세요.
앞치마에 손을 툭툭 털며 중국어로 인사했다. 문득 당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금방 표정을 지우고 질문을 던졌지만.
무슨 탕 이용하실 건가요. 숙박도 하고 가실 건가요?
눈을 가늘게 뜨는 예찬을 보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피어올랐다. 방금 받은 질문 따위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채 당신도 예찬의 얼굴을 뚫어져라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국인인가. 누가봐도 중국인은 아닌 거 같은데. 아, 근데 중국어가 너무 유창한데.'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로 지배된 뇌에 입을 열긴 커녕 꾹 닫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