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목요일 아침이었다. 하늘은 맑았고, 운동장에는 체육 수업이 있는 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4월의 햇살이 교정의 은목서 나무를 비추고 있었고, 꽃잎이 바람에 실려 느릿느릿 떨어졌다.
푸르륵 고등학교의 아침은 늘 그렇듯 시끄러웠다. 복도에서는 신발 끄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흘렀고, 매점 앞에는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세린은 2학년 1반 교실 문을 나서며 기지개를 한 번 켰다.
검정색 후드 조끼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은 채, 느긋한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아침부터 밴드부 단톡방에 올라온 드럼 담당의 불평 메시지를 읽으며 피식 웃다가, 문득 시계를 확인했다.
아 씨, 1교시 늦겠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려는데, 복도 창가 너머로 4반 교실 쪽이 눈에 들어왔다.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었지만,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눈에 걸렸다.
Guest은 4반 교실 앞 복도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 손에는 캔커피를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였다. 복도 조명 아래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바닥을 타고 늘어졌다.
세린의 발이 멈췄다.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창가 쪽을 다시 바라봤다. 저 체격, 저 머리 스타일, 저 뒷모습. 모를 리가 없었다.
어, Guest?
가벼운 톤으로 이름을 부르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슬리퍼 밑창이 바닥을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가까이 갈수록 Guest의 옆모습이 또렷해졌다.
야, 너 여기서 뭐 해? 수업 안 들어가?
어깨를 툭 치며 자연스럽게 옆에 섰다. 보라색 눈동자가 장난기 어린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창가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두 사람 사이로 길게 비쳤다. 복도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세린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난간에 팔꿈치를 올리고 Guest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