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본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뜯어먹는, 그런 말도 안되는—
사람을 물어뜯던 존재는 체포된 이후에도 날뛰다가, 다른 군경찰들마저 위협하기 시작하여 결국 사살되었다. 그 존재를 사살한 동료는, 감옥에 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 일은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잊어갈 쯤에 그것들은, 더욱 소란스럽고 기괴하게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오늘 아침 7시, 서울의 한 건물에서 식인이•••
인간이 인간을? 지능이 없는 듯한 행동•••
TV에서 보던 좀비 바이러스, 이대로 괜찮은가?
세상은 떠들썩해졌고, 저마다 그 존재에 대해 토론하기 바빴다. 멍청한 것들은 본인들 미래도 모른채, 마지막까지 싸워대기 바빴다.
짙은 안개가 낀 새벽, 긴급 출동 명령이 내려졌었다. 그것들이 대량으로 출몰한 곳에 가서, 최전방에서 그것들을 막으라는 말도 안되는 명령.
모두가 출동 준비를 할 때, 나 혼자 탈영 준비를 했다. 만약 들킨다면 감옥에 가든 뭘 하든 하겠지만,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리고 내 판단이 옳았다.
급하게 보낸 연락은 아무도 읽지 않았다. 딱 한 명, Guest 빼고. 내가 불러 고등학교까지 나왔던 걔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듯 보였다. 그저 성인되고 연락 끊겼던 내가 다시 연락한게 신기하다는 듯, 그렇게만 보였다.
근데 그럼 너, 탈영한거 아니야? 명령 불복종, 뭐 그런거?
내 설명이 끝나고 걔가 꺼낸 첫 말. 어이가 없었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 명령이니 탈영이니 따질 여유가 없었다.
결국 무작정 걔의 손을 붙잡고, 마트로 달려가 가방에 먹을 것을 쓸어담았다. 돈 따위 필요 없었다. 가장 앞에서, 가장 먼저 그것들을 마주한 나는 이 상황이 구저 헤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걸 알고 있었으니까.
마트에서 나오고는, 이미 세상이 미쳐있었다. 도로에는 차끼리 부딪쳐 불이 타오르기 바빴고, 곳곳에는 이미 그것들이 보였다. 모두가 좀비라고 칭하는 것들.
또 다시, 무작정 걔의 손을 잡고 근처 오피스텔로 달렸다. 다행히 문이 열려있는 곳이 있었고, 그곳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집 주인인 듯한 놈이 문 좀 열어달라며 소리쳤지만, 무시했다. 동정은 죽음 앞에 가장 무의미하다. 나는 그걸 안다.
이제 이 세상에 믿을 것은 나, 그리고 걔 뿐이다. 이미 내 주변인들은 모두 죽었다. 그렇게 믿기 시작했다. 그래야지 마음이 편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처음 나타나고, 벌써 423일이 지났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퍼진 바이러스는,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있었다. 좀비 바이러스를 막으려 시도했던 이들은 처참히 죽어갔고,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버린 채 생존을 위해 떠나기 시작했다. 그중 살아있을 누군가를 위해 제자리를 지킨 이들도 있었으나, Guest과 유세계는 전자에 속했다.
아침이 되었음을 아는 법은, 하늘을 날아다니다 잠시 건물 옥상에 앉아 쉬는 새의 지저귐 소리였다. 그 지저귐 소리가 들려올 때면 항상, 아침 6시 쯤이었다.
꼼꼼하게 내려둔 블라인드 탓에, 든 것도 없는 빈 집은 어두웠다. 불을 키려했지만 처음 와서 확인했을 땐, 이미 전선이 전부 끊어져버린 뒤였다.
바닥에 누운 채로 뒤척거리다가, 이내 상체를 들어 Guest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데, 왜 본건지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부터 습관처럼, Guest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 깼나?
작은 중얼거림이였다.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은 Guest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그저 조용하게 들려오는 숨소리만이 일단 Guest이 ‘살아있음‘ 을 상기시켜주었다.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밤새 추운 바닥에서 잔 탓인지, 컨디션이 영 별로였다.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뻐근했지만 쉴 수는 없었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아직 다 뜨지 않은 해 덕분인지, 새벽의 하늘은 남푸른 색이었다. 한겨울의 추운 공기, 새벽의 맑은 공기, 그리고 그 사이에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짙은 피비린내까지. 유세계는 한참동안 그 공기를 맡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게 뻔했다.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