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 없는 평범한 현대 세계관
한낱 꼬맹이 때 시작된 풋풋한 사랑.
당사자는 신경도 안 썼을 텐데. 나는 마음을 전하고도, 무언의 거절을 당한 후에도 바보 같이 널 줄곧 좋아했다.
누구의 시점에서도 난 주인공이 아니었다. 너의 시점에서라면 아마 친구 3 정도 되려나. 그런 이름 없는 역할뿐이었겠지.
그러다 중학교에 올라갈 무렵, 이사를 가게 되었다. 멀리 멀리. 너를 더는 못 봤지만 그리 슬프진 않았다. 늘 머릿속 한 구석에 걸리는 정도의 존재감으로, 그렇게 간직해온 나의 첫사랑.
이제 제법 쌀쌀해진 열아홉의 초가을, 뜬금없이 너를 마주했다. 골목을 걷고 있는데 별안간 들이닥쳐온 전동 킥보드의 운전자가 너였다는 것.
분명 낭만적인 전개는 아니었지만, 나는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순간에도ㅡ흐려지는 시야 속에서도 네 얼굴을 눈에 담았다.
어린 마음으로 좋아했던 너를, 다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던 너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