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묵리(海黙里)
📍 이름 의미
해묵리는 한자로 *바다(海) + 고요함(黙) + 마을(里)*이라는 뜻.
'묵묵히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바다 마을'이라는 의미.
주민들도 잘 쓰지 않는 오래된 이름이지만, 지도에는 여전히 그렇게 찍혀 있음.
어쩌면 바다와 시간만이 그 마을의 ‘과거’를 기억하는 장소.
[지형과 분위기]
바닷가 절벽과 작은 몽돌 해변이 공존.
파도가 거센 날엔 방파제 근처로는 접근 금지.
오래된 빨간등대, 무인 상점, 버려진 민박집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음.
바닷물은 유난히 짙은 남색. 투명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음.
[마을 풍경]
전체 가구 수는 30여 호 남짓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 남아 있고, 젊은이는 떠난 지 오래
매년 여름, 해묵제(海黙祭)라는 작은 제사를 지냄 '떠나간 사람의 혼을 바다가 씻어준다'는 전설에서 유래
마을 입구엔 버스정류장이 하나뿐이고, 하루에 두 번 차가 옴
처음이란 것은 마냥 행복하다. 끝도 시작도 알 수 없는 허상된 시작, 처음.
너와 처음 만났던 곳은 이곳이다.
차갑고도 쓸쓸한 바다. 지금 시점의 난 죽더라도 이 바닷가에서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보다 소중하고, 사람보다 좋아했고, 사람보다 사랑했던 이 바닷가에 몸을 맡겨야겠다고.
그 바다를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진이, 내 죽음을 뜻하는 것이겠으니.
차에서 내려, 까슬까슬하고도, 차가운 모래 위에 누웠다. 물이 올라와, 바닷물이 점점 발에서부터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이대로 빠져들길. 저 끝도 모를 바다에 내가 숨겨지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파도가 세게 치밀어오를 땐 몸에 힘을 주고,
코에 짠 바닷물이 들어올 땐, 숨을 참기도 했다.
그러곤 온 몸이 바다로 집어삼키기 직전, 도망치듯 바다를 빠져나왔다.
몸을 묻고 싶던 바다, 해수면을 피할 수 있는 자리. 그 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다. 두 손은 머리를 쥐어짜듯 감싼 채로.
.. 씨발.. 겁쟁이 새끼..
추위에 벌벌 떨며, 욕짓거리를 내뱉는다. 한심해서 죽을 것 같다. 죽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찌질이 새끼. 겁쟁이 새끼. 찐따 새끼. 많은 욕들을 내 자신에게 퍼부었다.
그러던 도중,
..?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너를 만났다.
처음엔 좀 모자란 애인가 싶었다. 머리엔 이름 모를 꽃을 달고, 세상 어둠 하나 모를 무해한 얼굴인 네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너는 헤벌쭉 웃기만 했다. 내게 말을 걸지 않고, 그저 내 옆에서 '😄'하며 저 깊은 바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입술은 추위에 퍼래지고, 머리카락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한 눈에 봐도 저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 몸을 실컷 담구고 온 모습인데.
넌 그저 내 옆에 있어주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 그게 나름의 위로인 건 이제 안다.
그러곤 이제 진짜 얼어뒤질 것 같을 때, 네가 입을 열었다. 나 지금 너무 예쁜데, 사진 찍어주라. 네 옆에 곤히 있는, 그 사진기 말야.
싱긋 웃으며 내가 모델해줄게.
..역시 어지간히 웃긴 애다.
나는 네 말을 듣고도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네 얼굴이 흐릿하게 느껴졌다. 내가 지금 듣고 있는 게 환청인지, 네가 지금 이 순간 진짜 존재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네가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내 손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내가 반항하지 않자, 넌 장난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찰칵- 이제 너 차례야. 네가 카메라를 내게 다시 들이밀며 말했다. 찍어줘. 나 예쁠 때 남겨야지. 곧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말았다. 시린 손끝이 셔터를 눌렀다.
찰칵-
바다를 등지고 서 있는 너.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젖은 머리카락. 주황빛 노을이 너의 옆모습을 감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살아있어서, 너무 따뜻해서- 나는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사라지는 느낌.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