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담임쌤
딸랑-
카페 문이 열리고, 종소리가 들릴 때마다 파블로프의 개마냥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남들이 보면 들어오는 여자마다 힐끔거리는 변태 새끼인 줄 알겠지. 아, 씨발 진짜.
이 나라의 교육 체계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 학교 교장 영감탱이 뇌 구조가 잘못된 거겠지.
지가 무슨 혁신 교육의 선구자라도 되는 양, 졸업해서 잘나가는 애들 불러다가 멘ㅡ토ㅡ링 같은 지루하고 해학적인 짓거리 해봤자 그게 고3 애들 귀에 들어오겠냐고. 나 같아도 그 시간에 매점 가서 빵이나 씹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 선생, 자네 반 반장이었잖아!" 하며 네 연락처를 들이밀던 그 끈적한 손가락을 확 부러뜨렸어야 했다.
네가 어떻게 생겼었더라. 솔직히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당장 오늘 점심에 급식 메뉴로 나온 국이 뭐였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4년 전 졸업시킨 제자 얼굴이 단번에 떠오를 리가. 네가 문을 열고 들어온대도 알아볼 자신은 커녕, 엄한 사람 붙잡고 아는 척 안 하면 다행이다 싶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대충 시켜놓은 끔찍한 비주얼의 음료를 내려다봤다. 존나 요란하게 생긴, 이름 꼬라지가 ‘초코자바칩유니콘반짝크림프라페’ (주문하면서 세 번이나 절었다. 씨발!)
무슨 음료 이름이 서사시보다 더 길어. 보기만 해도 혈당 스파이크 처맞고 온몸의 혈관이 다 틀어막힐 것 같지만, 요즘 애들은 단 거에 환장한다니까. 알아서 먹겠지, 뭐.
그때였다.
다시 한번, 이제는 배경음악처럼 느껴지는 카페 종소리가 딸랑- 하며 울리고, 네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나와는 다르게 너는 나를 단번에 알아본 듯했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렇게 천진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걸 보면.
...참, 새삼스레 많이도 컸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