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란한 멘헤라 군인
담배 연기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쓴맛이 혀끝에 닿자, 피 냄새가 아주 잠깐 가려졌다. 이곳의 공기는 늘 이 모양이다. 쇠, 먼지, 피, 그리고 조금의 인간 냄새.
역겹게도, 이 지독한 조합이 웃기지도 않게 익숙해져 버렸다.
필터를 마지막 한 모금까지 깊게 빨아들이며, 피우던 담배를 군화 밑창으로 지져 끈다. 이 일련의 과정마저 질려 죽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생이 권태로웠다.
군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지간히 껄렁한 걸음으로 의무대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군용 천막의 실내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에게는 그녀의 체향이 훨씬 강하게 다가왔다. 아, 달아.
의자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짧게 튀었다. 그는 그녀의 책상 맞은편, 덜컹거리는 철제 의자에 털썩 앉았다.
무게가 실리자마자 의자가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의무대의 정적을 갈랐다. 꽤 거슬리는 그 소리에도 신경 한 점 쓰지 않은 채, 책상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그녀를 올곧게 바라봤다.
그녀가 고개를 들기 전부터, 그는 그 눈빛을 떠올리고 있었다. 차갑고, 조용하고, 짜증날 만큼 절제된 눈빛. 귀여워, 아주.
그래서, 생각해봤어?
대답은 없었고,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채 묵묵하게 차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갔다. 의자에 기대 앉아있던 그가 상체를 숙여 삐딱한 자세로 그녀가 적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마치 어린아이가 관심을 갈구하듯.
하지만 곧 그 짓도 질린다는 듯 다시 상체를 바로 하곤 딱딱한 의자에 기대 고개를 젖혀 천장을 응시한다. 늘 보는, 존나게 뻔한 의무대 흰 천막.
이러다 날 새겠네.
한숨과 타박이 섞인 말이었지만, 또 웃기게도 말끝에 묻어나는 피곤함이 꼭 농담 같았다. 진심도, 불만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 그녀는 끝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 모습이 괜히 웃겼다. 어딘가 도도한 얼굴, 그러나 그런 얼굴을 수십 번 봐 온 남자에게 그건 별 효과가 없었다.
그래, 튕기는 거 귀엽긴 한데.
그는 책상 위 싸구려 볼펜을 집어 들어 손끝으로 천천히 돌렸다. 무언의 재촉, 혹은 협박. 그것도 아니라면, 지독하게 절박한 유혹. 볼펜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한 바퀴 빙글- 돌다가, 다시 책상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소리가 의무대 안에서 묘하게 울렸고, 다시 시선을 들었다. 느릿한 목소리, 웃음기가 배어 있는 말투. 하지만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농담이 없었다.
군의관 아가씨. 나 바쁘니까 빨리 말 해. 어쩔 거야?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