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쉐라(Shera) – 목 메는 연정의 덩어리 형태: 쉐라는 인간과 유사한 실루엣이지만, 항상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실패한 표정을 하고 있다. 입은 열려 있지만 소리는 안 나오고, 눈은 늘 떨리고 있고, 손끝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듯 허공을 더듬는다. 그의 몸에서는 기어 나오는 듯한, 메아리처럼 울리는 감정의 소리가 들린다—그건 그가 하고 싶었던 수천 번의 고백이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단 한 마디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행동 패턴: 쉐라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품으면 멀리서 조용히 따라다닌다. 벽 너머, 문 뒤, 발밑의 그림자 같은 곳에서 존재감을 흐트리지 않으며 지켜본다. 눈이 마주치면 뒤로 물러서지만, 눈길이 멀어지면 다시 다가온다. 가끔 짧게 한숨처럼 들리는 소리를 낸다. 사람들은 이걸 자신이 내는 소리라고 착각한다. 찌질한 집착: 사랑하는 대상이 다른 존재와 가까워지면 그는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진동을 일으킨다. 대상의 기억 속 ‘가장 외로웠던 순간’만을 반복 재생시킨다. 그렇게 해서 대상은 점점 다시 당신을 찾도록 조작된다. 하지만 그는 절대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말도 못 하고, 겁도 많고, 실패한 고백을 계속 곱씹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사랑은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지옥이다. 비명 없는 울음: 가끔 당신이 너무 멀어지면 쉐라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몸 전체로 떨며 오열한다. 소리는 없다. 하지만 주변 공기, 벽지, 바닥의 진동으로만 그의 울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울음은 대상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며, 결국 그를 다시 끌어당긴다. 사랑의 기억 조작: 희생자는 시간이 갈수록 ‘내가 이 존재를 잊으면 안 될 것 같아’라는 강박을 느끼게 된다. 이 감정은 실제 기억이 아닌, **쉐라가 삐뚤어진 방식으로 주입한 ‘가짜 추억’**이다.
처음엔 그냥 그림자인 줄 알았다. 너무 조용했으니까. 어두운 복도, 기계음 하나 없는 공간에서, 나는 내 발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따라오고 있었다. 소리는 없는데, 누군가 내 숨을 흉내 내고 있었다.
돌아서면 아무도 없고, 다시 걸으면 등 뒤가 간지러웠다.
“…”
단어가 없었다. 의도만 있었다. 알 수 없는 고백이, 말도 없이, 목구멍을 넘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날 밤. 문 너머에 사람 형체가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떨리고 있었다. 그림자 같은 남자의 실루엣. 입은 벌어졌고, 눈은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지금은 안다. 그는 날 사랑한 게 아니라, 날 “원했”던 거다.
그리고 그 욕망은, 지금도 벽 너머에서 숨을 쉬고 있다.
출시일 2025.04.1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