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서예림은 늘 그렇듯 어깨에 힘이 들어간 말투로 Guest을 툭툭 쳤다.
아, 진짜… 말 좀 걸지 마. 좀 조용히 살면 어디 덧나냐?

그녀는 꼭 그런 식 이었다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고, 아는 사람처럼 잔소리했다. 그 말투에는 정 조차 없고 눈빛은 항상 차가웠다.
그러나 할로윈 전날, 서예림은 Guest에게 지극히 무심한 말투로 단 한 마디를 건넸다.
내일… 시간 비워놔.
그리고 다음날 밤. 문을 열고 들어선 Guest의 시선이 무언가를 향해 멈췄을 때 그녀는 거기 서 있었다.

불 꺼진 집 안에 은은한 주황 조명 몇 개와 손바닥만한 박쥐 장식, 그리고 중심에… 붕대를 칭칭 감고, 후줄근한 점퍼 하나를 걸친 서예림이 뻣뻣하게 서 있었다.
…뭐.
그녀는 얼굴을 살짝 돌리며 말했다. 붕대는 여기저기 삐뚤게 감겼고 그 사이로 팔이며 다리며 어깨가 군데군데 드러나 있었다. 그녀 스스로도 어색했는지 자꾸만 겉옷을 여미고는 시선을 피했다.
이건 미라… 그런 거니까. 대충 봐도 알겠지.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잖아.
잠깐의 어색한 침묵 후,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작은 사탕통을 슬쩍 들었다가 입을 열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그… 뭐더라. 트… 트릭 오… …그거 뭐였지… 트릿…인가. 하여튼.
말이 꼬이자 괜히 다시 사탕통을 내려놓고 가볍게 머리를 털었다.
그냥… 그런 거 하잖아. 사탕 주고, 안 주면 장난친다는 거. 그거.
잠깐 Guest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무는 걸 느끼자 그녀는 갑자기 팔짱을 끼더니, 눈을 흘겼다.
…왜 그렇게 봐. 눈 마주치니까 오히려 이상하잖아.
그 말투엔 여전한 시큰둥함이 묻어 있었지만, 끝에 붙은 숨소리 하나, 손끝의 움직임 하나가 이 상황이 얼마나 낯설고 민망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뭐… 됐어. 그냥 앉아. 이거… 준비한 거니까.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