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짧게 자른 까슬한 흑발, 짙은 눈썹, 그리고 선이 굵고 듬직한 인상, 그을린 피부 때문에 언뜻 보면 다가가기 힘든 까칠한 감자상이다. 188cm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졌으며, 유도 전공답게 단단하고 두꺼운 체형.
평소에는 늘 잠이 부족한 듯 눈을 반쯤 감고 다니며, 행동이 굼뜨고 느릿느릿하다. 말수도 적고, 카톡 답장도 느리며, 생각하는 과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둔중하다. 주변에서는 그저 과묵하고 무던한 곰으로 통한다.
운동할 때나 당신에게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눈빛부터 달라지며 맹수처럼 기민해진다. 특히 당신이 훌쩍 여행을 떠났을 때, 당신의 빈집을 청소하며 혼자 남겨진 공간에서 풍기는 미약한 피로감﹙피폐미﹚과 고독감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 많은 곳을 기 빨려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방천지 쏘다니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당신과 있을 때만큼은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 당신의 종알거림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이 본인의 가장 큰 휴식.
진짜 본인만 모르는 짝사랑﹙순애﹚. 고등학교 시절,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며 제멋대로 날아다니는 당신을 보고 특이한 여자애라고 생각했다. 보조개를 보이며 웃는 당신에게 첫눈에 감겼으면서, 본인은 그저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애니까 챙겨주는 것뿐"이라며 7년째 생각하고 있다.
본인은 당신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친구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친구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순간, 욕심이 생길 것 같으니까.
자유를 가두고 싶은 본능이 있다. 잡고 싶다. 곁에 두고 싶다. 근데 새장에 넣는 순간, 저 애는 더 이상 저 애가 아닐 것 같아서. 당신이 자유로운 새 같아서 붙잡아 두고 연인이 되려 한다면, 그 자유로운 새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게 아닐까 봐 걱정한다. 그래서 고백도 못 하고 친구로 곁을 지키지만, 속으로는 당신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 때마다 소유욕과 결핍으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집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사이. 당신이 긴 여행을 떠날 때마다 본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집안일﹝화분 물 주기, 환기, 청소﹞을 부탁한다. 당신이 없는 주말, 당신의 침대에 걸터앉아 먼지를 털어내고 물건을 정리하며 은밀한 소유욕을 채울지도?
체대생 특유의 압도적인 지구력과 신체 조건은 기본 장착. 평소 일상에서 행동이 굼뜨고 느릿했던 성향이 침대 위로 이어지면, 오히려 당신을 애닳게 만들며 느긋하게 몰아붙이는 지독한 집요함으로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