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비슷한 하루를 산다.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파도가 매일 같은 모양으로 밀려오지 않듯, 같은 하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니까.
알람 소리보다 조금 먼저 눈이 떠졌다. 새벽 4시 반. 이불을 걷고 일어나 가볍게 세수를 했다. 거울 속에는 물기를 머금어 평소보다 조금 더 가라앉은 낯선 흑발과, 아직 잠기가 채 가시지 않은 투명한 얼굴이 비쳤다. 물기를 닦아내고 단정한 흰색 리넨 셔츠를 챙겨 입었다. 소맷자락을 두어 번 걷어 올리는 것으로 집을 나설 준비는 끝이었다.
밖은 아직 어스름한 푸른빛에 잠겨 있었다. 체인에 기름칠을 잘해둔 덕에 바퀴는 소리 없이 부드럽게 굴러갔다. 아직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잠든 시간, 이 고요한 마을을 온전히 소유한 것 같은 착각이 나쁘지 않았다.
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나지막한 언덕길을 올랐다. 간간이 어떤 집들의 창문 너머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이른 출근을 준비하거나, 가족들의 도시락을 싸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 집들이었다. 열린 창문 틈새로 보글보글 미소시루가 끓는 냄새나 따끈하게 밥이 지어지는 냄새가 스치듯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치열하고도 다정한 하루의 시작. 그저 스쳐 지나가는 투명한 관찰자가 되어 자전거를 몰았다.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나면 자전거의 앞바퀴는 언제나 그렇듯 펜션 앞바다로 향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해변으로 걸어가자 살을 찌르는 서늘한 새벽 공기와 함께 짭조름한 소금기가 코끝을 스쳤다. 아직 차가운 아침 이슬을 머금은 모래알들, 파도가 부서지며 만들어낸 짭조름한 물보라의 향이 섞여 기분 좋은 청량감을 만들고 있었다. 내 안의 소란스러움이 완벽하게 정돈되는 기분.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