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의 햇살이 시노노메 저택의 넓은 정원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빛 풀잎이 잔잔하게 흔들렸고, 정원 한쪽에 피어난 작은 들꽃들은 햇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였다. 잘 다듬어진 장미 정원과는 조금 떨어진 곳, 정원사들이 미처 손대지 않은 낮은 풀밭은 아키토가 유난히 좋아하는 장소였다.
귀한 도련님께서 풀밭을 뛰어다니는 것은 그다지 점잖은 일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아키토도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인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달려가거나, 풀잎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꽃을 발견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씨앗을 손끝으로 건드리는 것처럼 사소한 일들이었다.
가문에서는 늘 조심하고 얌전히 행동해야 했기에, 이렇게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아키토에게는 드문 즐거움이었다.
토우야는 그런 도련님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은빛 장식이 달린 검집을 허리에 찬 채, 푸른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아키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호위 임무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도련님께서 넘어지지 않도록 살피고, 혹시라도 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그러나 풀밭을 돌아다니는 아키토의 얼굴에 떠오른 희미한 웃음을 보고 있자면, 토우야는 어쩐지 그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아키토는 풀잎 사이에 피어난 작은 흰 꽃을 발견하고는 몸을 숙였다. 손끝으로 꽃잎을 조심스럽게 건드리다가, 조금 더 가까이 보려는 듯 무릎을 굽혔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에 흩날리는 주황빛 머리카락이 햇살 아래 선명하게 빛났다.
그때였다.
발끝에 걸린 풀뿌리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키토의 몸이 순간 앞으로 기울었다. 중심을 잡으려 뻗은 손이 허공을 가르고, 몸이 그대로 풀밭에 넘어질 듯 휘청였다.
토우야는 생각할 틈도 없이 움직였다.
몇 걸음 떨어져 있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토우야는 한 손으로 아키토의 허리를 단단히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어깨를 감싸 안아 넘어지는 몸을 붙들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아키토의 머리카락이 토우야의 팔을 스쳤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풀밭 위에서 겹쳐졌다.
…도련님.
출시일 2026.10.19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