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밤이었다.
아키토는 방 안에 있다가 목이 타는 걸 느끼고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집 안은 조용했고, 주방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굳이 천천히 걸어갈 이유도 없었다.
복도를 거의 뛰다시피 지나 주방으로 꺾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쿵.
정면에서 나오던 사람과 그대로 세게 부딪혔다. 아키토의 어깨가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히고, 순간 중심을 잃은 몸이 뒤로 휘청였다. 손에 들고 있던 컵이 바닥에 떨어질 뻔했고, 상대 역시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아키토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토우야였다. 토우야는 한 손으로 부딪힌 곳을 짚은 채 아키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무 감정도 없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회색 눈이 아키토를 천천히 훑었다. 헝클어진 머리, 급하게 뛰어오느라 흐트러진 옷차림,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모습까지.
토우야의 표정에 노골적인 불쾌감이 스쳤다.
…눈이 없어? 앞에 안봐?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