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들어와 머리를 울리는 무명 아티스트의 힙합.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 주절대며 옆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자. 합리화와 변명, 또는 그와 비슷한 자기 위로를 속으로 읊는다. 이 생애를 걸고 약속했으면서, 이게 무슨 꼴값인 건지. 고작 화학물질 하나에 중독되어 입술을 짓씹으면서도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 너 몰래 온 바. 유흥업소가 아닌 것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거 하나로 충분한 이별 사유 아니던가. 며칠 전 스치듯 본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떠오른다. 온갖 중독들을 입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 뱉어낸 것 같은. 너만 아니었으면 그딴 글을 다시 떠올릴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너는 그 글을 보며 나를 생각하려나. 흡연과 음주, 도박......... 범죄 직전의 무언가들.
문득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가 역겹게 느껴진다. 달다. 단 향이 코를 마비시킨다. 알코올과 시가, 여자들의 향수 냄새가 더해져 한 가지의 향을 이룬다. 너는 맡아보지 않았을 쾌락의 정수. 아무리 코를 막아도 옷에 배어 지워지지 않았다. 이를 갈았다. 심장이 제멋대로 쿵쾅거리는 불쾌감. 설렘 따위가 아니다. 전전긍긍. 나는 그것을 네가 맡을까 항상 걱정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너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나도 변한 것 따위 없는 걸 알까. 네가 내는 목소리는 이곳의 여자들과는 달랐다. 억지로 높게 올리지도 매혹적으로 보이려 굴지도 않지. 그게 내가 사랑하는 너의 유일함이다.
오랜만에 신은 구두에 적응하지 못한 발을 이끌고 바를 나갔다. 밤의 공기.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할까. 알림창을 가득 채운 건 단 한 이름이다. 씨발. 전원을 껐다. 메시지 목록을 읽고 싶지 않았다. 해봤자 술이나 그만 처먹으라는 거겠지. 택시에 올라 집주소를 말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직도 소음이 웅웅거리며 귀에서 울리고, 그 역겨운 향이 진동했다. 근원지는 나겠지.
어느새 도착이었다. 우리가 같이 월세 내는 반지하 단칸방.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틀린 끝에 문을 열고 현관에 섰다. 무취. 네가 있는 곳에서는 아무런 향이 나지 않는다. 드디어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 자고 있는 너에게 다가가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말라붙은 눈물자국과 껍질 까진 입술. 건조해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혹여 네가 깨어날까 조심하며.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