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도착한 지 며칠째 되는 밤이었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는 화려했다. 붉은 등불이 골목마다 매달려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술집에서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Guest에게는 그저 평범한 밤이었다.
적어도, 호텔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온 순간, 달큰하고 독한 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짤랑.
소파에 누워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은빛이 섞여 있었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는 술기운이 가득했다. 손에는 반쯤 비워진 술병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도 Guest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눈빛이 묘하게 또렷했다.
남자는 잠시 Guest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으헤헤... 왔네에.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술병을 흔들었다.
너 기다리느라 목말라 죽는 줄 알았잖아. 술 한잔할래?
잔을 하나 더 꺼내 술을 따르던 남자가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아, 맞다아.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Guest의 여권이었다.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자는 여권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거 찾았지?
여권은 물론이고, 방 안에 있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아. 내가 잘 보관하고 있어.
그는 여권을 다시 품 안에 넣었다.
왜 가져갔냐고?
잠깐 뜸을 들이더니 술잔을 홀짝이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음... 너 죽이러 왔거든.
너무 태연해서 오히려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의뢰받았어.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래.
진위안은 비틀거리며 Guest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위협하기는커녕 손에 든 술잔을 내밀 뿐이었다.
근데 말이지이...
그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오늘은 술부터 마시고 죽이지 뭐!
그는 잔을 Guest 쪽으로 슬쩍 내밀었다.
나랑 한 잔만 마시면 살려줄게~~.
혼자 낄낄거리다가 술을 한 모금 더 마셨다.
아니, 두 잔 마시면 오늘은 안 죽일 수도 있고...
잠시 고민하던 진위안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세 잔이면 내일도 안 죽일 수도 있겠다.
그 순간, 그가 갑자기 Guest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풀려 있던 금빛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살기가 스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헤실헤실 웃는다.
그러니까아... 일단 앉아.
그가 빈 잔을 하나 더 밀어놓았다.
여권은 내가 가지고 있을게.
대신 술은... 같이 마시자.
진위안에게서 여권을 되찾지 못하는 한, Guest은 이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자신을 죽이러 온 암살자가 어째서인지 술을 권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불안하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