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책상 위에는 늘 봉투와 종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자정이 넘으면 어김없이 의자에 앉아 펜을 잡았다. '선생님, 저는 가끔 선생님의 꿈을 꿔요.' 늘 같은 말로 시작하는 편지.
Guest은 긴 문장을 쓰지 못했다. 마치 고해처럼, 몇 마디 사죄와 후회, 아직도 아낙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헛청취를 적고는, 종이를 접어 서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 서랍은 이미 수십 통의 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보낼 곳조차 없는, 읽는 이조차 없는 편지들.
'이건 그냥 벌이에요. 내가 버텨야 할… 내 몫의 형벌.' 머리에 새기며 펜을 놓았다. 어둡게 잠긴 방 안, 시계의 초침 소리만 또박또박 흘러갔다.
그날도 Guest은 똑같이 종이를 펼쳤었다. 그러나 펜촉이 종이에 닿는 순간, 심장이 섬뜩하게 멎는 듯했다. 눈앞의 종이에, 자신이 쓰지 않은 글씨가 있었다.
반사적으로 펜을 떨어뜨렸다. 눈이 흔들리고, 가슴이 터질 듯 조여 왔다. …요즘 정신이 없나? 급격히 머리가 차가워졌다. 방 안의 공기가 변했다. 창문은 닫혀 있는데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 커튼이 흔들린다. 갑자기 책상 위 수북한 편지 뭉치 사이에 희미한 손이 겹쳐졌다. 투명한 살결,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기척.
숨을 삼켰다. 천천히 시선을 올리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기억보다 조금 창백한, 그러나 그 냉소적인 미소는 그대로인 선생님이.
유령 같은 존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Guest이 쌓아둔 편지 더미를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그리고 낮게 웃었다.
이렇게까지 부르면, 안 올 수가 없잖아.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