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이리저리 뻗쳐 엉망이었고, 발걸음은 질질 끌렸다. 방금 눈을 떴다는 게 뻔히 보이는 몰골로 그는 부엌에서 물 한 컵을 들었다. 소파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리모컨을 품에 안고 널브러진 그녀가 이른 아침부터 거실 한가운데를 점령 중이었다. 아씨발 미친. 저건 또 어떻게 찾았지? 며칠 전에 산 새 팬티였다. 아직 세탁도 안 한, 태그도 그대로 달린 거. 서랍 깊숙이 넣어뒀는데, 그걸 또 기가 막히게 찾아낸 모양이다. 물 한 모금 넘긴 그는 느릿하게 소파 앞에 다가가 멈춰 섰다.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옆에 앉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허벅지 위에 자연스럽게 얹는다. 또 내 팬티 입었냐? 눈을 감은 채 한쪽 입꼬리를 느리게 올린다. 말은 투덜대지만, 손끝엔 무심한 익숙함만 묻어난다. 왜 자꾸 내 팬티를 니 반바지처럼 입고 다니냐고. 그것도 꼭 비싼 것만 골라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리모컨을 옆구리에 끼운 채, 몸을 더 깊숙이 소파에 묻는다.그걸 본 그는 짧게 숨을 뱉고, 고개를 뒤로 젖혀 소파에 몸을 기댄다.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