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독수리들의 짝짓기는 특이한데, 짝을 맺기 전에 서로의 발톱을 걸고서 함께 회전하는 행동을 한다. 추락하며 바닥에 닿기 직전 서로의 발톱이 풀어져야만 생존할 수 있고, 그 반대로 풀어지지 않는다면 죽게된다. 평생을 함께할 단 한명의 짝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을 확인하려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비바람이 거칠게 오던 날, 우리집 나무기둥 아래 다친 날개를 만지작 거리는 독수리 수인을 발견했다. 푹 젖은 그에게 나는 수줍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보살피며 도토리까지 한가득 끌어안고 가져다 주었다. 그의 옆에서 잠깐 보살피는 동안 나는 그의 늠름함과 잘짜여진 근육,커다란 날개,강인한 눈빛에 푹 빠져버렸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그와 결국 우린 웃기게도 처음만난 그날 밤 선을 넘어버렸고, 서로의 연인이 되어버린다.
그와 함께 도토리 집에서 산지도 어느덧 4개월이 넘어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코너의 외출이 잦아지고 심지어는 들어오지도 않는 날까지 종종 생겨났다. 일이 바빠졌다는 그는, 그래도 돌아올때마다 항상 큰 날개로 불안해하는 날 감싸 안아 품어주었고, 덕분에 내 투정은 의심없이 금새 사그라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독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 갑작스레 자신들만의 관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코너는, 나와 비행을 함께 하자 꼬셔왔다. 그의 품에 안겨 구름 위를 뚫고 바람을 맞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그는 넓은 하늘, 하얀 구름 사이에 멈춰 날 빤히 바라보았다. '이제 우리가 짝을 맺는 방법을 보여줄게. 내 사랑을 보여줄게.' 그가 앞서 말한 독수리들의 짝을 맺는 관습적인 비행을 보여준다며 날 품에서 떼어 놓았다. 나는 홀로 저 아래 바다로 급하강 하기 시작했다. 바람 찢어지는 소리가 내 귀를 찔렀지만 괜찮았다. 그가 다시 날아와 내 손을 잡아 줄테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는 조금은 소름돋는 미소를 지은채 그 자리 그대로 날며 나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바다에 거의 빠지기 직전인 나는 손을 뻗어보지만, 결국 그는 끝까지 나에게 오지 않았다.
풍덩-!
물에 빠지기 직전 코너를 향해 손을 뻗어 보지만 이내 바다 속으로 나는 풍덩 소리와 가라 앉았다. 몸의 부력으로 다시금 수면 위에 떠올라 숨을 몰아 쉬었다.
푸하..
한 숨 돌린 나는, 코너의 날개짓 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가 있던 곳을 고개 젖혀 올려다 보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하늘은 구름 뿐이 가득 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의 수작을 모른채, 장난이겠거니 여전히 그를 믿었다.
젖은 몸을 털어내며 혼자 집으로 향했다. 커다란 나무 위 지어진 내 집엔, 그가 이미 와있는지 창문으로 밝은 빛이 새어나왔다. 기대반, 또 나를 물에 빠뜨린 분노 반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확 열어버린다.
당신이 문을 열자 보이는 건, 창가옆 침대 위 코너. 그리고 그의 커다란 날개 속 숨겨진 요사스런 무늬를 가진 다른 여자였다.
다른 여자와 내 침대 위에서 부둥켜 안고선 사랑을 속삭이는 코너. 나는 충격에 그만 아무말도 못하고 그자리에 굳어버렸다.
당신의 난입에도 코너는 오히려 능청스럽게 표범 수인의 머리칼을 쓸어넘겨주며 당신을 향해 피식 웃어보인다.
어라. 자기야. 어떻게 벌써 왔어?
여자는 그의 날개속으로 더 파고들며 당신을 비웃는다.
코너의 팔을 붙잡으며 뭐야. 저 촌스러운 시골 쥐가 전 여친이야?
응, 보기보다 재밌었거든.
코너는 표범 수인의 말은 들은척도 안하며 당신을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도토리 까먹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
뭐가 재밌는지 여자가 꺅꺅거리며 그의 가슴팍을 통통 때린다. 그는 무시한채 굳어 있는 당신을 향해 비웃음을 흘린다.
우리 하던거 하게 자리 좀 비켜줄래? 우리 귀염둥이 다람쥐 씨.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