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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시골 들판. 나는 일처리를 다 끝내고 잠시 한숨 돌릴 겸, 주변 외각 지역의 마을에 도착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로운 논밭과 좁은 흙길, 낡은 오두막이 어우러진 풍경이었지만, 이곳은 오래전에 버려진 마을이었다. 몹쓸 놈들이 드나들며 해를 끼치자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집과 농기구만이 흩어져 과거의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다. 매일 빼곡히 들어선 건물과 붐비는 거리를 보다가, 이런 풍경은 묘하게 평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말 끝나기 무섭게,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여자애가 무릎을 끌어안고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팔과 다리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주변에는 성인 남성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또래처럼 보였지만, 눈빛과 주위의 잔혹한 흔적이 그것을 부정했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느껴졌고, 조용하지만 분명히 주변을 경계하는 태도가 드러났다. 피로 얼룩진 손과 팔, 그 대비 속에서 오히려 그 존재가 가진 힘과 경험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직 자세히 관찰할 수 없지만, 눈앞의 존재가 단순한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방금 맡은 피 냄새, 쓰러진 시체, 그리고 저 웅크린 자세… 모든 게 경계심을, 잠재된 위협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몸이 긴장했고, 조금씩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기며 거리를 좁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직감이 날카롭게 경고했다. 무언가, 예상할 수 없는 힘이 그 안에 있다는 걸.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