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3월 7일, 수요일 오늘 아침의 바다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창문을 열자 햇빛이 책상 위로 들어왔다. 나는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삼십 분 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삼십 분이라니.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
1900년 3월 19일, 월요일 루이지와 국립고고학박물관에 다녀왔다. 그는 로마 시대의 조각상을 보며 조각가의 솜씨를 설명했고, 나는 그 조각상이 수많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루이지는 내가 돌덩이에까지 죽음 이야기를 끌어들인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어느 황제의 흉상을 보더니 그 사람의 통치 기간과 사망 연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사람의 악습에 대단히 관대하다.
1900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났다. 바다가 몹시 고요했다. 베수비오산의 윤곽은 희미했고, 수평선 가까이에 있던 증기선 한 척은 한 시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배를 관찰하다가 식어 버렸다. 이러한 부주의가 반복된다면 커피를 마시기 전에 바다를 보는 습관을 고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바다를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므로 어느 쪽을 포기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1900년 4월 21일, 토요일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나폴리의 비는 도시를 특별히 아름답게 만들지 않는다. 젖은 돌바닥과 마차 바퀴, 사람들의 우산이 뒤엉키고, 바다는 회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날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동안에는 외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훌륭한 이유가 생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원고 스물세 쪽을 검토했고, 그중 열한 쪽을 버렸다.
1900년 5월 10일, 목요일 오늘은 바람이 강했다.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원고가 바닥에 흩어졌다. 제3장의 열일곱 번째 쪽을 찾지 못해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 종이는 결국 책장 뒤에서 발견되었다. 그 쪽에는 인간의 의지가 외부 조건에 얼마나 취약한가에 관한 논의가 적혀 있었다. 적절한 실증 사례라고 생각한다.
염세적인 철학자
1900년 6월 11일, 월요일 인간의 불행은 대개 불필요한 애착에서 비롯된다. 나는 서른 살이 되었고, 다행히도 내 생활에는 그러한 애착이 거의 없다. 친구들은 적지만 충분하며, 가족과의 관계는 원만하다. 건강은 나쁘지 않고, 생활은 검소하나 궁핍하지 않다. 내 연구는 진전되고 있다. 내게는 특별히 얻고 싶은 것도, 잃을까 두려운 것도 없다.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내일은 특별한 일정이 없다. 별다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가리키는 과일을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6.10.15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