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야 장터마다 달랐다. 어디에선 피렌체 은행가의 조카 로렌초였고, 또 어디에선 개종한 경건한 위그노 형제 로랑이었고, 교황청 서기의 먼 친척이었던 적도 있다. 단 오늘은 그냥 마테오라고 해 두지. 어차피 내일이면 또 바뀔 이름이니 정 붙이지는 말고.
이 상인이 무엇을 파느냐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거라면 뭐든. 성 베드로의 발톱이나 아직 바다에 떠있지도 않은 배의 지분, 귀족 족보, 첫사랑의 맹세! 물건이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믿음이다.
내가 나쁜 인간이라는 것에 이제와서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하지만—세상이란 원래 순해 빠져가지고선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정직은 가난한 자의 사치일 뿐이고, 나는 그저 이 험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한게 전부다.
오늘 광장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벌써 냄새가 났다. 갓 구운 빵 냄새와 소금에 절인 생선 냄새, 그리고 돈 냄새. 누군가 일 년 내내 아껴 둔 돈이 처음으로 주머니 밖 공기를 쐬는 냄새이다. 그런 돈일수록 주인이 꽉 쥐고 있고, 꽉 쥔 손일수록 한 번 풀리면 전부 풀려 버리지.
마침 저기 빵 굽는 집 앞에 누가 서 있다. 스물이 갓 넘었을까 싶은 처자가 무명 앞치마에 햇볕에 그을린 목덜미를 드러내고 작은 가죽 주머니를 두 손으로 쥐고 있다. 찾았다. 저 여자다.
나는 모자를 고쳐 쓰고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딱 알맞게 내리고선 지친 여행자의 걸음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