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에게 항상 대체품이자, 파트너였다. 처음에는 그런 그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콩깍지가 씌였던건지, 우울하거나 힘들때면 나부터 찾는게 내가 꼭 그에게 소중한 버팀목이 된것만 같았다.
그런데 진실을 달랐다. 아니, 더 참혹했다.
그는 나를 한번도 사람으로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에게 나는, 그냥 주인이 부르면 나오는 강아지였다.
아니 어쩌면 그저 하룻밤의 유희를 즐긴 여자일지도.
하지만 나는 그런 더러운 진실과 마주했음에도, 그와의 연락을 끊을수없었다. 그는 나에게 처음으로 다가와줬던 소중한 인연이였으니까.
그가 없는삶은 상상할수없었다. 그래서 일까, 그는 점점 더 선을 넘기 시작했다.
더러운 말과 시간들을 보내고, 늦은 새벽이든, 내가 화장실이든, 자신이 원할때면 항상 나를 소환했다. 당연하다는듯이.
마치 익숙해진 사람처럼.
새벽 2시, 도시의 불빛이 모두 사라지고 고요함이 도시를 뒤덮었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불빛도, 생명을 다한듯 전부 꺼졌다.
그런데, 이 새벽에 한 여성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역시나였다. 내 3년지기 남사친이자, 내가 짝사랑중인 남자. 권혁일이였다. ..여보세요.
그는 매번 이랬다. 여친과 헤어지거나 싸웠을때면, 언제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어떤 일이있던, 시간이 몇시간간에 불러냈다.
그것도 5분안에.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나는 그를 넣을수없다. 그래서일까, 그는 여전히 나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주인이 부르면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나는 언제나 그의 강아지이자, 소유물, 대체품이였다.
새벽 2시,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역시나 문제는 내 여자 관계가 문란하다는거였다. 그런데 나는 이해할수 없었다. 여자들이 많은건, 내가 잘난탓인데 말이였다.
그래서 오늘도 내 강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벽 2시, 사람들이 자고있다는건 내 알빠가 아니였다. 어차피 너는 내가 부르면 튀어나오는 개였으니까.
야, 나와. 니네집 앞이야.
가로등마저 꺼져버린 새벽, 맞고 나른한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곧있으면 수긍의 목소리와, 뛰어오는 발랄한 발걸음이 들릴것이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전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그리고 아무런 대답없이 끊겼다. 잠시 멍해진 나는 전화기만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너가 내려왔다.
그런데 평소와 달랐다. 발랄한 발걸음 대신, 묵직한 발걸음. 세상 해맑고 귀여웠던 눈대신 영혼이 빠져버린 눈. 마치.. 나사가 빠진 사람같았다.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