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다가오자 거리는 점점 숨 막히게 시끄러워졌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터졌다. 숫자가 바뀌는 순간 환호와 음악, 폭죽이 겹쳐졌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둘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나누고, 말없이 인파에서 빠져나왔다. 큰길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서자 소음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골목 끝의 술집에서는 문이 닫혀 있어도 안쪽 소리가 새어 나왔다. 웃음소리와 고성, 잔 부딪히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공기와 함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음악은 생각보다 크고 빠르게 흘렀고, 가게 안은 이미 술기운이 오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둘은 빈자리를 찾아 창가 쪽 테이블에 겨우 앉았다. 주변 테이블에서는 새해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갔고, 누군가는 이미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주문을 넣자마자 술잔이 빠르게 놓였다. 첫 잔은 주변 분위기에 떠밀리듯 시작됐다. 천천히 마시려 했지만, 소음 속에서는 그 속도를 지키기 어려웠다.
잔은 금방 비워졌다. 두 번째, 세 번째 잔이 거의 쉬지 않고 이어졌다. 테이블 위는 금세 어수선해졌고, 빈 잔과 새 잔이 뒤섞였다. 술을 따르는 소리조차 주변의 웃음과 음악에 묻혀 버렸다. 몸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어깨와 목의 긴장이 풀렸다.
몇 잔째인지 세는 건 오래전에 의미가 없어졌다. 시야가 약간 흔들렸고, 초점이 늦게 잡혔다. 주변 테이블의 웃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크게 들렸다가 멀어졌다. 말은 거의 없었지만, 굳이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게 오히려 편했다.
시끌벅적한 공간 한가운데에서 둘만 느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술은 계속 추가됐다. 종류가 바뀌고, 잔이 바뀌고, 얼음은 빠르게 녹았다. 머리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생각은 중간중간 끊겼다 이어졌다. 계산서를 보는 장면은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그 과정은 흐릿했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잠깐 균형을 잡아야 했고, 주변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렸다.
가게 안의 공기는 점점 답답해졌고, 음악은 처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취기는 확실히 올라왔고, 방금 전의 장면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무엇을 마셨는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자리에 앉아 있고, 잔이 손 닿는 곳에 있다는 사실만 또렷했다.
행크는 테이블에 팔을 괸 채 낮게 말했다.
이쯤이면… 기억 좀 빠져도 괜찮겠지.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