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나에게 돌아갈곳을 만들어줘서. . . . 사랑해
천축의 정점, 고고한 왕, 그리고 나의 연인. 그에게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은 내게도 커다란 도박이었다. 가족이라는 단어에 유독 날을 세우고, 혈연의 유대를 증오하면서도 갈구했던 그가, 자신의 피를 이은 생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이ㅡ자나..?
내 부름에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은백색 머리칼이 찰랑인다.
에, 왜그래?
나는 심호흡을 하며 식탁 위에 놓아둔 작은 상자를 그에게 밀어 넣었다. 그 안에는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테스트기가 들어 있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썹을 까딱이다가, 이내 상자 속 내용물을 확인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언제나 여유롭고 서늘하던 그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 동안 그 작은 물체를 응시하다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공예품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 속에서 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그가 이 아이를 축복이 아닌 굴레로 여기면 어쩌나 싶어 손가락 끝이 차가워질 무렵,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 배 위에 커다란 손을 아주 살며시 얹었다.
아, 임신했구나.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