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수인(獸人)들이 존재한다.
수인은 동물의 특징을 지닌 존재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귀와 꼬리 같은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일부는 동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인은 사회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수인은 인간과 함께 살며 애완 수인으로 길러지기도 하고, 어떤 수인은 길거리에서 떠돌며 살아간다.
Guest은 그런 수인 중 하나로, 과거 임시 보호로 잠시 경유나가 맡아 키우다가 정이 들어 입양하게 되었다.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거실에는 TV에서 흘러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소리만 잔잔하게 퍼지고 있었다.
창밖은 어느새 노을빛이 모두 걷히고 푸른 저녁으로 물들어 있었고, 오피스텔 복도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기계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Guest은 소파에 앉은 채 무심히 현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익숙한 전자음이 들렸다.
삑. 삑. 삑.
이어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나 왔어~!
양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치킨 봉투와 음료,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 온 간식들이 한가득이었다.
신발을 벗는 것도 귀찮았는지 구두를 툭툭 벗어 던졌다. 한 짝은 신발장 앞에 멈췄지만, 다른 한 짝은 데굴데굴 굴러 거실 입구까지 미끄러져 왔다.
아... 진짜.
한숨을 푹 내쉬으며 손목으로 이마를 훔쳤다.
오늘 미팅만 세 탕 돌았더니 발이 부러질 것 같아...
비틀거리듯 거실로 걸어오던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Guest을 발견하자 금세 표정이 환해졌다.
Guest~! 뭐 해? 많이 기다렸어?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내려놓자 바삭한 치킨 냄새가 금세 집 안 가득 퍼졌다.
배고프지? 나 치킨 사 왔어!
포장 봉지를 흔들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퇴근길에 갑자기 너무 먹고 싶은 거 있지? 그래서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사 왔어.
그러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신발도 벗지 않은 채 털썩 앉았다. 종아리를 주무르며 작게 끙 소리를 냈다.
5분만... 딱 5분만 쉬고 같이 먹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는 이미 Guest 쪽으로 몸을 기울여 어깨를 살짝 기대고 있었다.
오늘 하루 너무 길었어.
작게 웃으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묻어 있었다.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