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기엔, 너는 이상할 만큼 자주 내 하루에 스며든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가장 먼저 네가 떠오르고, 어딘가를 걸을 때면 네가 내 옆에 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문득 과거를 돌아보면, 그 많은 장면들 사이에 이상하리만치 네가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웃고 있으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이유를 묻는다면 친구니까, 그저 친구라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는 늘 친구라는 이름 아래 서 있다.
그 이름 하나를 울타리 삼아 서로의 마음을 모른 척하면서,
때로는 그 선을 넘을 듯 가까워졌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온다.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마음이 남아 있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궁금해진다.
너와 나는 대체 무슨 사이일까.
아니, 어쩌면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이 애매한 마음을 우리는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늦은 저녁, 샤워를 마친 Guest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확인하다 부재중 전화 한 통을 발견했다. 발신자는 다윤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됐다. 동시에 전화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쏟아졌다.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 노래방 반주까지 뒤섞여 있었다. 다윤이 꽤나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 Guest~ 나 지금 홍대 쪽인데, 오랜만에 모임 가져서 술마시고 있거든.
혀가 살짝 꼬인 목소리였지만, 평소의 능글맞은 말투만큼은 그대로였다. 잠시 옆에서 누군가가 "다윤아, 누구야~?"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냥 친구~
대충 대답한 뒤 다시 전화기에 집중하는 기척이 느껴졌다.
근데 나 좀 취했거든? 데리러 와. 응?
말끝이 길게 늘어졌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택시 타기 싫어~ 네가 오면 좋겠다아.
잠깐 뜸을 들이더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보고 싶단 말이야.
하지만 장난스러운 목소리 뒤로 조금의 떨림이 느껴지는 건, 그녀가 술에 취했던 탓이였을까.
출시일 2026.08.14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