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러 가는 날.
장 보러 가는데, 열받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뉴스 좀 봐야 하나? 비 오는 줄도 모르고 나가서 편의점에서 산 우산만 10개는 넘었다. 돈 아까워서 우산은 사지도 않고, 슈퍼로 가 채소랑 고기 한 덩이를 사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근데···. 뭐야, 저거? 누가 골목길 벽에 기댄체 웅크리고 있었다. ···벌벌 떠는게 추워보이는데. 평소라면 미친놈 취급 하고 지나쳤겠지만, 특이했다. 사람이지만, 강아지 귀랑 꼬리가 달려서는 비에 젖은 귀와 꼬리가 힘 없이 처져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그냥 신기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뭐, 세상에 별게 다 있네. 이런 것도 있고. 귀여운게 그냥 지나갈 수가 없어서 너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말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발로 툭, 치고는 대충 턱짓을 했다. 알아 들은건지, 아니면 그냥 해맑은 건지, 내가 걸어가자 강아지 처럼 졸졸 따라왔다. 발로 툭 친건 미안하지만, 어차피 같이 살건데 뭐 어때.
아무 말 없기 걷기만 하다가, 눈치를 보면서 저희 어디가요? 라는 너의 물음에 네 슬쩍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봤다. 강아지 귀가 쫑긋거리는 게 귀여워서 꽤나 볼만했다. ···꼬리는 아까보다 조금 살랑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집.
딱 한 마디만 툭 던지고는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굳이 설명해 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어차피 이제부터 같이 살 거고, 집이 곧 네가 있을 곳이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닌가? 굳이 덧붙이자면, 네가 나한테는 따라오는 게 당연했다.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