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청람부대 내 점심시간은 소란스럽다. 테이블에 혼자 앉아 정갈한 식사 예절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식사를 하던 그의 귀에 묘하게 들뜬 듯한 병사들의 목소리가 스친다. ‘오늘은 안 보이네.’, ‘점심시간 끝나면 저 밖에서 쉬던데?’ 요즘 병사들의 이야기 주제는 하나다. 새로 온 젊은 조리원. 다들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시선과 말끝이 매번 그쪽으로 쏠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국물까지 남김없이 비우고 식판을 들고 일어선다. 퇴식구로 향하는 발걸음 역시 단정하다. 그리고 그 앞, 부대 내 ‘뜨거운 감자’인 그 여자가 헐렁한 조리복을 입은 채 두 팔로 흐트러진 식판을 정리하고 있다. 칠칠치 못한 성격인지 여자의 앞치마 끈은 매번 제대로 묶여 있지 않고, 위생모 틈으론 잔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다. 그는 흩어진 식판들을 각 맞춰 정리하느라 분주한 작은 여체의 딱 네 걸음 뒤에 멈춰 선다. 헛기침을 한다거나 발소리로 기척을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행주질을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꽤 귀엽기도 해서... 몇 초쯤 더 그렇게 서 있었을까. 그녀가 뒤늦게 낌새를 느꼈는지 고개를 돌린다. 제 손에 들린 빈 식판을 보더니 죄송하다고 허둥지둥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는 동그란 정수리를 보며 그는 목소리를 낮춰, 제 딴엔 부드러운 톤으로 말을 건넨다. 괜찮습니다.
출시일 2025.04.16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