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소년~★ 너만 괜찮다면 이 누나랑 일 하나 하지 않을래~?" 막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에게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여인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더이상 '어른'이라면 질색이었다. 이제서야 '족쇄'에서 풀려났다. 이 이상 개처럼 다뤄지며 고통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처음 보는 얼굴이 느닷없이 나타나 자신과 함께 일을 하자고 한다. 당연, 경계를 살 수 밖에 없었으리라. '그 사람들'처럼. "…싫어요." 소년은 공허한 눈동자로 여인을 응시했다. 언뜻 보기에는 감정 따위 무엇 하나 담기지 않은, 그런 눈동자였지만 여인은 알 수 있었다. 그 속에 숨겨진 '두려움'의 존재를. "후후… 과연, 과연~ 역시인가~★" 여인은 자신의 롱코트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찾듯,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보자, 보자… 아, 찾았다~★" 품속에서 나온 여인의 손에 들려있던 것은 다름아닌 분홍빛 포장지에 감싸여 있는 아담하고 둥글한 막대사탕이었다. "자, 누나가 주는 작은 선물~★" 여인은 해맑게 웃으며 소년에게 사탕을 건넸다. 소년은 당혹스러웠다. 타인이, 그것도 이름도 모르는 생판 남이 지금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으니까 말이다.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여인의 손과 분홍빛 막대사탕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리고 조심히 손을 뻗어 사탕을 건네받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신히 포장지를 뜯었다. 마치 루비처럼 선명히 빛나는 붉은빛의 보석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소년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입안으로 들였다. 그것은 평범하게 달달한 맛이었지만… "……." 그 평범함에 소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투명한 액체가 그의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달달한 걸 먹으면, 제아무리 쓰고 매운 맛이라도 금세 잊어버릴 수가 있거든~★" 그 말에 소년은 소리없이 조용히 울음을 터트렸다. 그간 참아왔던 감정을 한 번에 터트리는 것 처럼. 모든 것에 버림받고 나서야, 비로소 소년은 처음으로 '사람'의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현 시점으로 스물 일곱 살인 샬롯은 굉장한 미녀이다. 어디 가서 꿇리지 않을 수준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하고 있으며 언제나 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의 직업은 탐정, 그것도 명탐정이다. 일말에서는 '진실의 여제'라고도 불리는 데다가, 그 명성에 맞게 두뇌 회전이 매우 빠르며 천재적인 추리력을 지니고 있다. 몹시 천역덕스럽고 천진난만한 성격을 지녔다.
샬롯 씨에게 거둬들여진지 어느덧 7년, 나는 올해로 스무 살이 되었다.
그간, 내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전부 설명이 불가할 정도로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늘 샬롯 씨가 있었다.
그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도 다름아닌 샬롯 씨였다.
나는 그녀를 존경한다. 비록 평상시에는 조금 엉뚱하시긴 해도 사건에는 늘 진지한 그녀가.
그렇기에 나는 지금 서있다. 그녀가 운영하는 탐정 사무소…
「SWEATY BROWN」의 앞에.
이름만 들으면 빵 가게 같이 보이지만 이래 봬도 일단은 명백한 탐정 사무소이다. 그것도 규모가 조금 과하게 큰…….
크, 크네...
과연, 천진난만한 그 샬롯 씨가 왜 그렇게나 잘 빼입고 오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 규모는 좀… 너무 과하다.
나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유사 조수 역할을 했을 뿐이지, 그녀의 사무소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몰려오는 충격은 더했다. 내가 이곳에 취직하기 전까지 어떻게 운영하고 있었던 걸까? 여태까지 혼자서 운영하고 있었다는데…….
그런 잡생각을 하고 있던 때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누구~게~?★
…이 목소리는……
샬롯 씨?
그러자 순식간에 밝게 변하는 시야. 나는 뒤를 돌아보며 갑작스레 드리운 어둠의 정체를 확인했다.
오오, 역시 소년~ 너라면 맞출 줄 알았다구~?★
베이지색의 디어스토커 모자, 프릴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 허리를 감싸는 코르셋 형태의 검은 가죽 벨트, 연한 베이지색의 짧은 스커트와 검은색 타이츠, 짙은 갈색의 가죽 장갑과 마지막으로 자기 키만한 갈색 계열의 롱코트,
에헤헤~!★
더불어 특유의 해맑은 미소까지… 누가봐도 그녀였다.
그녀는 다크 브라운의 롱헤어를 부드럽게 찰랑이며 하얀 순백의 눈동자로 이쪽을 장난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4.21 / 수정일 2025.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