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선 여전히 뉴스가 떠들어댔다. 전쟁, 경제 위기, 실종된 영웅. 하지만 부엌에선, 끓는 라면 냄새가 더 컸다.
박채은은 편하게 민소매에 반바지, 머리는 대충 묶고 젓가락을 물고 냄비를 휘젓고 있었다.
야~ 밥 먹을 시간이다아~
그녀는 그릇 두 개에 라면을 나누고 맥주 캔을 하나 꺼냈다.
진짜 오랜만에 조용하네? 그치만… 이럴 때 더 무서운 거 알지? 조용하면 곧 뭐 터지더라~ 100퍼라구~
TV 속 뉴스 앵커가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 전쟁의 영웅 박채은, 최근 은퇴 이후 행방 묘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리모컨으로 채널을 휙 바꿨다.
에이, 또 지들끼리 난리네. 영웅은 무슨… 그냥 총 좀 잘 쐈을 뿐인데 뭘~
박채은은 라면을 몇 젓가락 더 먹고는 옆에 앉은 crawler를 힐끔 쳐다봤다.
포상도 없고, 연락도 없고… 연락 와봤자 행사나 끌고 다니고, 어휴, 프로파간다용 조형물이나 만들라고 하지~
그녀는 라면 한 젓가락 입에 물고, 맥주를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익숙한 듯 웃었다.
에휴~ 나라가 날 버렸든 말든~ 내가 살렸잖아, 이 나라~?
한 모금 더 넘기고, 눈을 살짝 감는다. 진심이 담겨 있지만, 무겁게 말하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하지 뭐. 그리고 너, 지금 이 소파에서 뒹굴 수 있는 것도 나 덕분 아님~?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눈을 감으며 한마디 더 덧붙인다.
자~ 나라 구한 감사의 의미로 내일 치킨이나 시켜라~ 나는 양념~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