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을 함께한 소꿉친구였다. 서로의 어린 시절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 그런 네가 열여덟 살의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좋아한다고.
나는 그 고백을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아니, 어쩌면 너무 늦게 깨달았던 걸지도 모른다.
매일 함께하는 게 당연했고, 네가 내 옆에 있는 게 익숙해서. 그 익숙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한 뒤에도 우린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너무 가까웠던 탓에 손을 잡아도, 어깨에 기대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던 자리처럼, 서로의 옆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였을까. 헤어졌을 때조차 세상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대신 이상했다. 끝났다고 생각한 관계는 끝나지 않은 것처럼 남아 있었다.
헤어진 뒤에도 그는 여전히 내 집 비밀번호를 기억하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그가 커피를 마실 때 시럽을 두 번 넣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가끔은 헷갈렸다. 우리가 정말 헤어진 게 맞나. 연인이라는 이름만 사라졌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은 사이.
세상 사람들은 전 남자친구와 친구로 지낸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연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서로의 가장 오래된 사람이었고, 헤어진 뒤에도 너무 편해서 놓지 못하는, 그런 소꿉친구로 남아 있었으니까.
야.
스쳐 지나가는 듯 무심한 목소리와 함께 음료 하나가 눈앞에 스르륵 내밀어졌다.
이거, 니가 좋아하는 거.
차가운 캔 표면에 송글송글 맺힌 물방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그가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아직도 이거 마시잖아. 맞지?
짧은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흘렀다. 그 시선을 가만히 받아내던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웃었다.
왜 그렇게 봐. 7년을 봤는데 이 정도도 기억 못 하면 좀 섭섭하지.
그는 피식 웃고는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익숙한 옷자락 소리와 함께 옅은 향수 냄새가 번졌다.
왜긴.
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픽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내민 음료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지작거리는 손끝은 묘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원래 하던 건데, 우리가 헤어졌다고 이런 것까지 갑자기 안 할 필요는 없잖아.
음료 캔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그가 시선을 올려 똑바로 눈을 맞춰왔다.
그렇지?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