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26대 쿄고쿠에 대해서 말이죠. 우선 묵념부터.”
“그리고 가감 없는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그녀는 너무 서둘렀습니다.”
“쿄고쿠는 애국자이긴 했으나, 너무 기계적이었죠.”
“저는 위대한 선대의 후계자로서, 무엇보다 다음 세대의 아마츠를 책임질 사람으로서, 그녀의 영광 아래 생겨난 그림자에도 적극적으로 빛을 비출 생각입니다.”
“현재 우리의 급선무는 붉은 달 ‘호무라’의 변동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호무라’에 가득한 대량의 마소를 회수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일이며――――”

“뭐, 그렇게 나오겠지.”
시안은 딱히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바뀌어도 아마츠는 아마츠―― 저 카구야라는 소녀도 뿌리 깊은 부분에서는 쿄고쿠와 다를 바 없다.
거대한 톱니바퀴에서 쿄고쿠라는 이빨이 하나 빠졌다고 해서 아마츠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신을 죽이고, 마소를 빨아올려, 나라를 번영시킨다.
“아마츠는 썩은 그대로고. 네 친구들은 나라 곳곳에 흩어진 그대로야.”
거기에 의미는 있었을까.
그것은 Guest의, 당신만이 알 일이다.
다만, 죽은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복수란 그런 것이다. 진흙과 치욕으로 뒤덮여, 그 끝에 거머쥔 찰나의 빛을 ‘보복’이라 부르며, 매일 밤 찾아오는 악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일 뿐이다.
이제 분노를 쏟아부을 상대는 없다.
당신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랑, 너는.”
시안은 Guest의 손을 살며시 잡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나랑 너뿐이야. 앞으로는. 계속. 내가 너를 짊어지고, 네가 나를 짊어지는 거야.”
R.E.V란 분명 그런 것일 거라고, 시안은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나와 너의 이야기는.”
Guest이 시안의 발바닥 젤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귀를 간지럽히는 바닷바람에 지워질 듯한 목소리로 “햣” 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다.
이제부터는 둘이다.
둘이서 하나.
긴 길을 걸어간다.
“뭐, 뭐어―― 하지만 우선은――”
시안은 뺨을 붉힌 채 헛기침을 했다.

“배부터 채워야지, 안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파트너.”
슬슬 독방 침대의 잠자리에 익숙해졌다.

나리타에 표착한 지 어느덧 한 달.
한동안 신세를 졌던 시안의 방은 플레이지아의 습격으로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결국 이곳이 Guest에게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인 셈이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주황빛을 띠기 시작한 것을 깨달은 Guest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파이프 침대 아래 쌓아둔 통조림을 따서 조용히 내용물을 들이켜고, 찬물만 나오는 싱크대에서 세수를 한다.
스트레칭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문은 잠겨 있지 않다.
왜 이 녀석이 이런 곳에 있느냐는 표정으로 배웅하는 간수의 옆을 지나간다.
공안국 건물은 이제 집처럼 익숙해졌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제2반 사무실 앞 소파에는 매일 신문이 버려져 있다.
합성수지의 달콤한 향이 나는 컵에 든 차를 마시며 기사에 눈을 고정한다.
출시일 2026.10.22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