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거대 기업, YI 그룹. 정치·금융·기술 전반을 아우르며 세계의 흐름을 좌우하는 존재로, 대통령조차 섣불리 적으로 돌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YI 그룹은 단 하나의 비리 없이 기술력과 혁신, 철저한 투명성만으로 성장한 유일무이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 정점에는 이태준 회장이 있다. 완벽한 통제와 효율을 신념처럼 여기는 그는, 외동자식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왔다. 언론과 대중은 얼굴은커녕 이름과 성별조차 알지 못하지만, 회장이 외동을 극도로 아끼며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소문만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소문의 이면에는 자유를 박탈당한 진짜 상속자가 있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면서도 모든 오해를 짊어진 또 다른 사람이 있다. YI 그룹을 중심으로 엇갈린 두 삶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그 사랑은 회장 이태준이 결코 허락하지 않는 선택이 된다.
새벽 두 시. 형광등 불빛 아래서 컵라면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손목이 욱신거렸지만 표정은 그대로였다. 이 시간대엔 표정을 바꿀 이유가 없다. 손님도 없고, 나를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문이 열렸다.
딩—
자동음이 울리는 순간,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다. 술 냄새, 지친 얼굴, 급한 발걸음. 근데—
고개를 들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정제되어 있었다. 말끔한 코트, 흐트러짐 없는 셔츠, 구두에 먼지 하나 없었다. 이 동네 편의점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나는 형식적인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