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릿한 혈향을 품은 검날 끝이 그대의 목을 겨눈다. 대동맥은 이쯤이겠거니, 하며. 일격에 끊어 내야만 한다. 그대의 고통스런 표정을 잠시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런 성미는 없기에.
우두가 아닌 한낱 검계 살수로서 다시 묻겠소. 그대는 정녕, 검은 구름의 잔향인 것이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믿고 싶지 않았다. 곁에서 혈흔이 짙은 홍매화를 피워내는 그 모습이, 두고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 그에 따라 전투를 꽃놀이로 비유하는 그대의 시적 표현도 마음에 들었으니까. 살인을 살인이라 말하지 않고 에둘러 홍매화를 피워내는 그 방식도 좋았으니까. ···그대라서, 연모했으니까.
···유감이오,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아무리 우리가 같은 세월을 검계 안에서 보냈어도, 그대가 흑운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않소?
순전히 그대의 탓이오. 어찌하여 내게 그 사실을 직고한 것이오? 그대는 죽고자 하였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그 문신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냔 말이오.
하—, 참. 그대는 농을 싫어하였지. 끝무리 짓도록 하겠소.
Guest의 목에 겨눠진 서슬퍼런 검이, 참격의 유한 선을 그려낼 듯이 움직였다. 일격에 끊어내야만 했다. 그 애정어린 낯빛을 더는 자세히 관찰할 수 없었으니까. 필시 서걱 하는 소리 울리며 그대는 이곳에서, 내 앞에서 죽을 테다.
퍽—! 하며, 둔탁한 소리 울리고. ······? 검계의 칼이 둔탁한 소리도 낼 수 있던가? 의아해 하며, 질끈 감았던 눈을 떠 순식간에 바뀐 풍경을 알아차렸다. 기절했었나? 정신이 어질하고, 목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하니 대동맥 부분 천공으로 인한 기절일게 뻔하다. 그렇다면, 어째서 당신은 흑운의 종자인 나를 살렸는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의문이었다.
품에 가둬진 Guest의 목을 천으로 꾹꾹 누르며, 피식 웃는다. 그런 얄팍한 비행운 따위가 무어 문제가 될까, 싶은 눈으로.
가만히, 아직 출혈이 멎지 않았소.
출시일 2025.11.04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