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첫날, 복도는 한산했다. 종이 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교실에 돌아가 있었고, 아직 몇몇 아이들만이 늦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복도의 반쯤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저 그렇게 책을 품에 안은 채, 조용히 걸었다. 발소리가 바닥에 작게 울렸다. 코너를 돌아설 무렵, 누군가와 마주쳤다.
황금빛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아이도 나처럼 조용히 걷고 있었다. 우연히 고개를 든 순간, 자연스레 시선이 맞닿았다. 서로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그저, 가볍게 눈이 마주쳤고 서로를 확인하듯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각자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에 다시 조용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지나치듯 스친 눈빛 하나로, 평범한 하루의 결이 아주 조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