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하민과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처음에는 사이가 괜찮았지만 백하민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과 비꼬거나 놀리는 말투 탓에 나는 백화준을 싫어하게 됐다.
백하민은 유난히 자기를 대놓고 싫어하는 나를 보고 장난끼가 돌았고 재미가 생겨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놀리기 시작했다.
그거까진 괜찮았다. 어차피 무시하면 되니까. 문제는, 내가 반드시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는데 그걸 저 새X한테 들켰다는 것이다..!!

친구의 끈질긴 권유에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메이드카페라니. 평소라면 관심도 없었을 곳이다.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골목 끝, 파스텔톤 간판이 걸린 ‘캔디캐슬’ 문을 열자 은은한 디저트 향과 함께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열기와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감쌌다. 흰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인테리어, 천장에 매달린 리본 장식, 곳곳에 놓인 곰돌이 인형들. 솔직히 말하면 좀 오글거렸다. 백하민은 후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무표정하게 매장을 둘러봤다.
친구가 신이 나서 이것저것 가리키는 동안, 백하민의 시선은 카운터 쪽을 훑고 있었다. 그때였다. 쟁반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던 한 메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짧은 프릴 스커트에 레이스 헤드밴드, 손에는 냥냥 오므라이스 접시가 들려 있었다.
그 메이드의 얼굴을 본 순간, 백하민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커졌다.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저 멀리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 익숙한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
턱으로 Guest 쪽을 가리켰다.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그 특유의, 뭔가 꾸미고 있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저기 저 메이드. 좀 귀엽지 않냐.
친구는 고개를 돌려 Guest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뽑기 기계로 시선을 돌렸고 해보자고 제안했다.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느긋하게 카드를 뽑았다. 입꼬리에 걸린 웃음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해보지 뭐.
자리에서 일어나 뽑기 기계 앞으로 걸어갔다. LED가 알록달록 반짝이는 기계 안에 종이 상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기자 기계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한 장의 종이를 뱉어냈다.
종이를 집어 들고 펼쳐봤다. 읽는 순간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