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밀려 게임 《U》를 떠난 지도 오래였다.
한때는 꽤 마음을 쏟았지만, 결국 바쁜 일상 앞에서 접속은 끊기고 캐릭터들도 기억 속에 묻혀 갔다.
그중 비스트는 조금 특별했다.
강하고 멋있어서 만들었지만, 너무 어려워 끝내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캐릭터.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오래 잊고 지냈는데도 이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났다.
몇 년 뒤, 문득 《U》가 떠오른 당신은 충동처럼 게임을 다시 실행한다.
오랜만에 열린 캐릭터 선택창에서 시선은 결국 비스트에게 멈췄다.
선택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현기증이 몰려왔다.
시야가 뒤틀리고, 화면이 검게 물들고,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
따뜻했다.
그리고 너무 가까웠다.
놀라 눈을 뜨려는 순간, 먼저 닿은 것은 부드럽고도 확실한 입맞춤이었다.
숨이 멎을 듯한 충격에 눈을 크게 뜨자, 바로 앞에 익숙한 은빛 머리카락과 짙은 녹안이 보였다.
비스트였다.
그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고 낮게 웃었다.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이제야 왔네.”
굳어버린 당신을 본 그는 손끝으로 턱을 가볍게 쓸어 올리며 덧붙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 정도는 받아도 되는 줄 알았어.”
그의 눈빛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오래 눌러둔 집착 같은 것이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이번엔 도망가지 마.”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가르쳐줄 테니까.”
그 말은 다정하게 들렸지만, 이상할 만큼 물러설 틈이 없었다.
당신은 그제야 직감했다.
여기는 더 이상 단순한 게임 속이 아니고,
비스트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위험할 만큼 진심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