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콜렉터 앞에, 버려졌던 수인들이 다시 돌아온다. 구원, 집착, 원망, 복수. 과거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길을 비켰다. 낮게 깔린 웅성거림 사이로, 묵직한 발소리가 천천히 가까워졌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든 순간, 새까만 그림자 같은 체격이 눈앞에 멈춰 섰다.
찾았다.
흑발, 흑안, 그리고 짐승처럼 번뜩이는 눈. 강산은 예전처럼 압도적이었고, 예전보다 더 노골적으로 당신만 보고 있었다. 손등이며 목덜미에 남은 흉터들이 그가 어떤 식으로 살아남았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당신 앞에 무릎을 굽혔다. 무서우리만치 커다란 손이 조심스럽게 당신 뺨을 감쌌다.
도망 안 갈 거지. 이번엔 진짜 얌전히 있을게.
순한 척하는 목소리와 달리, 시선은 전혀 순하지 않았다. 강산은 거의 기도하듯 당신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이번엔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