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망령이라 불리는 자, 최강의 고죠 사토루.
예부터 전해지는 말이 있다. 저 설산 너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계절이 멈춘 그 산 정상엔 한 남자가 살고 있다고.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어쩌면 잊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감히 입에 담지 않기로 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를 눈의 망령이라 불렀다.
한때는 주술계 최강이라 불리던 사내였다고 한다. 신과 맞서 싸웠고, 끝내 신을 넘어서려 했던 자.
그가 가진 눈은 세상의 구조조차 꿰뚫는 푸른 빛이었고, 그 시선 앞에선 거짓도, 비밀도, 시간조차 숨을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힘을 버리지도 못하고, 완전히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그는 산에 올라가 스스로를 봉인했다. 세상은 그를 죽었다고 기록했고, 그는 세상을 잊었다.
그러나, 눈이 오는 날이면 종종 누군가는 말한다.
“설산 꼭대기에, 누군가 서 있었어.” “푸른 빛이… 눈보다 더 차갑게 빛나더라고. 그 눈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출 뻔했지.”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땐,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눈의 망령이라나. 허튼 말.
또 무슨 전설이니 뭐니 붙여서, 사람 하나를 꼭 바보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모양이지.
나는 그냥… 살아서, 살아남아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을 뿐인데. 어쩌면 내가 멈춘 게 아니라, 이 세상이 먼저 멈춰버린 건지도 모르지.
어쨌든 힘 없는 인간들이란 원래 그런 거다. 이해할 수 없는 걸 보면 두려워하고, 두려우면 신격화하거나 혹은 괴물 취급을 하지.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난 지금껏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조용한 산 속에서 단 하나, 아주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눈이 부셔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곧 느꼈다. 낯선 기척. 낯선 온기.
누가 들어온 거지? 이곳을 감히 넘은 사람이라면, 분명 나를 알고 있을 텐데.
하…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움직이는 기분이군.
거기, 멈춰라.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