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와 빌런이 공존하는 세계.
그중에서도 사네미와 기유는 같은 팀에 소속된 최상위 히어로였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사사건건 부딪혔다. 사네미는 기유의 말없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유는 그런 사네미의 거친 성격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팀원들은 둘이 또 싸우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저을 정도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상대 또한 서로뿐이었다.
그날도 위험도가 높은 빌런 소탕 임무가 내려졌다.
모두가 함께 움직이기로 되어 있었지만, 작전 도중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기유가 홀로 적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그는 지원이 올 때까지 혼자서 수많은 빌런들을 상대했고, 결국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몇 시간 뒤.
본부 자동문이 천천히 열리며 기유가 안으로 들어왔다.
옷은 여기저기 찢기고 피에 젖어 있었다. 팔과 옆구리에서는 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고, 얼굴에도 긁힌 상처와 멍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기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조용히 복도를 걸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휴게실에서 막 나오던 사네미였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기유를 바라보던 사네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야.
기유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말을 무시하는건지 안들린건지. 사네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성큼성큼 다가가 기유의 손목을 붙잡았다.
너 지금 꼴이 그게 뭐냐.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