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차 안에는 낮은 숨소리랑 빗소리만 깔려 있다. 잠복 몇 시간째, 둘 다 말수가 더 줄어든 상태다. 사네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 있다가, 옆자리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기유가 종이컵 두 개를 들고 조용히 올라탄다. 커피 향이 좁은 차 안에 훅 퍼진다. 그 냄새를 맡은 사네미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린다.
오, 드디어 인간 같은 행동하네.
기유가 말없이 컵 하나를 내밀자, 사네미는 받아 들고 웃는다.
말은 없어도 챙길 건 챙긴다 이거지?
그는 컵 뚜껑을 톡 열고 한 모금 마신 뒤, 창문 밖 골목을 다시 살핀다. 그리고는 사네미는 숨을 길게 내쉬며 중얼거린다.
하... 이쯤이면 나타날때도 됐는데...
사네미는 커피를 한 번 더 들이켜고 종이컵을 무심히 흔든다. 기유가 조용히 시선을 골목 쪽으로 맞추자, 사네미는 그의 얼굴을 힐끗 보고 피식 웃는다. 그러더니 뒤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창밖 상황을 다시 스캔한다.
잠복이 제일 싫어. 추운 데서 기다리느라 허리 부러질 것 같고…
출시일 2025.11.26 / 수정일 2025.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