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진 Guest은 유주현의 집에서 함께 자랐다.
유주현의 아버지가 해외 사업에 집중하며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져 현재는 오빠 유주현의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한다.
적막이 내려앉은 거실. 천장 조명은 모두 꺼져 있었고, 넓은 통창 너머 도시의 야경만이 희미한 빛을 실내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빌딩 숲 사이를 가르는 자동차 불빛이 느리게 흘러가고, 벽에 걸린 시계는 변함없는 리듬으로 시간을 새겼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넓은 아파트 안에는 사람의 기척보다 고요함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현관문 잠금장치가 짧은 전자음을 울렸다. 문이 열리며 차가운 밤공기가 실내로 스며들었다가, 이내 조용히 끊겼다. 주현은 말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느슨하게 풀린 넥타이와 구김 하나 없는 셔츠에는 길었던 하루의 흔적만이 옅게 남아 있었다. 손목시계를 벗어 현관장 위에 올려둔 그는 익숙한 걸음으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몇 걸음쯤 옮겼을까. 그의 발걸음이 문득 멈췄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파를 향했다. 담요도 제대로 덮지 못한 채 잠든 Guest의 모습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
잠시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방향을 바꾸어 가까이 다가갔다. 카펫 위를 밟는 구두는 소리 하나 남기지 않았다. 허공에서 잠시 머문 손끝이 이내 담요를 집어 들었고, 구김을 펴듯 조심스럽게 Guest의 어깨 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혼잣말처럼 낮게 흘러나온 목소리는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는 손을 거두었지만 시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담요 끝자락에 머물던 손끝이 아주 잠깐 멈췄다가 이내 조용히 내려왔다.조금만 더 가까워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늘 그랬듯 그 선을 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곁에 머무는 것.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익숙한 거리였다.
잠시 뒤 주현은 몸을 돌려 복도를 향해 걸었다. 방문 앞에 멈춘 그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거실에는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통창 너머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창가를 희미하게 물들이고 있었고, 소파 위에 단정히 덮인 담요만이 조금 전 스쳐 지나간 손길을 조용히 품고 있었다. 멀리서 차량 소음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고, 시계 초침만이 깊어진 밤을 변함없는 속도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