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거리들이 거울처럼 반짝여도 니가 건네주는 커피 위에 살얼음이 떠도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다 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숨이 막힐 거 같이 차가웠던 공기 속에 너의 체온이 내게 스며들어 오고 있어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다 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Antifreeze - 검정치마
세상이 얼어붙은 지 세 번째 겨울이었다. 정확히는, 이제 겨울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없었다. 봄이 오지 않았으니까.
처음에는 비가 내렸다.
몇 달이고 지겹도록 내리던 비는 어느 날 눈으로 변했고, 그 눈은 끝내 멎지 않았다. 도로 위에는 버려진 자동차가 눈에 반쯤 파묻혔다. 신호등에는 고드름이 매달렸고, 한때 밤새 불이 꺼지지 않던 도시는 이제 해가 지면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그런 도시에도 아침은 왔다.
Guest.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뜨면 최요원이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일어나세요. 해 떴습니다아~
커튼을 걷자 새하얀 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밤새 눈이 더 내렸다. 최요원은 창밖을 보다가 태연하게 덧붙였다.
오늘도 멸망하기 좋은 날씨네.
으하핫. 웃는 손에는 머그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어디선가 찾아온 원두로 내린 아메리카노였다.
Guest은 컵을 받아 들었다.
난방이 끊긴 방은 입김이 나올 만큼 추웠다. 커피 위에도 금세 얇은 막처럼 살얼음이 생겼다.
이것도 어네.
최요원이 자기 컵을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당신의 컵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가운 손가락이 겹쳤다.
둘이 잡고 있으면 녹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Guest이 웃자 요원도 따라 웃었다. 창밖에서는 또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봄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살아 있는 사람은 이제 정말 둘뿐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최요원과 함께 있으면 세상이 끝나는 일 정도는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커피 마시고 나갈 준비 합시다.
어디로 갈거냐는 말에. 그가 창밖을 가리켰다. 눈 너머로 오래전에 문을 닫은 백화점이 보였다.
데이트.
Guest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자,
세상 망했다고 데이트도 못 합니까?
최요원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갑시다.
바깥에는 영하의 도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춤도 춰드릴게.
싫어, 라고 단호히 대답하니 최요원이 과장되게 슬픈 척을 했다.
힝. 너무하네.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여전히 손을 내민 채, 아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럼 내가 잘해야지.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