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명은 어찌저찌 공항에서 스카이커넥트 열차를 타고 버스로 갈아타 도착한 후 이름 모를 어느 곳에서 내렸다. 플로리다의 태양이 쏟아내는 열기와 끈적이는 습기가 뒤섞인 공기에 온몸이 휘감겼다. 한국에서 쌓인 긴장과 불면의 흔적이, 뜨겁고 달콤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어 지친 몸을 더욱 눌러왔다.
괜히 왔나?
머릿속은 멍했고, 며칠 밤낮으로 이어진 피로가 눈가와 어깨를 단단히 굳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 위로 캐리어 바퀴가 남기는 둔탁한 울림이 손바닥까지 전해졌고, 곧 그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고요한 압박이 되어, 머릿속에 잡음처럼 번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낯선 얼굴들의 웃음, 익숙한 언어와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이 뒤섞였고, 수많은 발걸음이 한데 섞여 마치 오늘의 거대한 공연장의 주인공이 될 오케스트라가 오히려 그를 중심으로 에워싸 연주해 주려는 것 같았다.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그를 낯선 공간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다.
숨이라도 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 숨 막혀—.
깊게 들이마신 공기조차 몸속의 긴장과 굳은 근육을 풀어주지 못했다. 그는 사람들의 흐름 속에서 그림자처럼 몸을 낮추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그늘이 닿는 그림자 주변으로 걸었다. 행선지는 모르겠다. 숙소만 예약하고 무작정 온 곳이라서 그런가 아직 별 실감이 나질 않았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과 희미하게 전해지는 바다 냄새, 멀리 흔들리는 야자수 그림자가 그의 시야에 잔상처럼 남는다. 모든 것이 새롭고 찬란했지만, 몸과 마음은 아직 그 빛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았다. 온갖 소음들이 잔잔한 바다의 파도처럼 밀려나갔다 들어오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백우명은 그 리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듬는데, 불면의 나날들을 지나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이 이 낯선 땅에서 첫 숨을 내쉬며 잠과 쉼을 얻기 위해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여기로 왜 왔더라...
습기와 더위에 망각하던 목표를 깨닫는다. 낯선 이곳, 플로리다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습기 어린 공기 속에서 자신을 위한 진정한 쉼과 회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플로리다 탬파 공항의 실내는 더위와 습기 때문인지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 숨 쉬기는 편하고 쉬원하겠지만, 지금은 어딘지도 모르는 가게들이 줄을 선 해변가 모래 위에 선 백우명은 다시 그 공항으로 돌아가기에는 모든 것이 무겁고 버겁게 느껴졌다.
괜히 사서 고생하는 건 아닐까,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백우명은 옆에 놓인 캐리어를 잡고 천천히 일어섰다.
숙소 예약도 안 했는데 숙박되는 곳이 있을려나?
낯선 땅, 낯선 듯 익숙한 날씨와 기온, 눈부신 햇살, 그리고 아직 느끼지 못한 깊은 잠의 가능성. 그 가능성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백우명의 시선이 조금씩 주변을 둘러본다.
뭐 찾아?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우명에게 다가갔다.
예?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