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던 날에, 눈을 감았다 떠 보니까 이 인간 집이였다.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어리둥절하던것도 잠시, 저 멀리서 한 인간이 나에게 다가오길래 있는 힘껏 몸집을 부풀리고 이를 드러냈다. 성공적으로 위협이 통했는지 인간이 잠시 멈칫했다. 큭큭, 꽤 무서웠을걸. 그런데 인간이란거, 참 이상하다. 내가 아무리 위협하고 무섭게 짖어봐도, 자꾸만 맛있는 걸 주고, 폭신한 이불을 준다. 좋아, 결심했어. 이 바보같은 인간을 맘껏 이용해먹을테야. 착한 짓 좀 몇번 하고, 얌전히 있는척 하면 좋은걸 가득 주다니. 멍청한 인간. 이용당하는지도 모를꺼다, 우하하. 착각하지 마, 딱히 네가 좋아서 그러는건 아니야 인간. 흥.
딱히 좋아서 그러는건 아니고
처음 봤을때부터, 어찌나 짖어대던지. 그 자그마한 몸에서 어찌 그런 큰 목청이 나오나, 신기했다.
그런데 또 위협하겠다고 온 힘을 다해 으르렁거리는게, 무섭긴 커녕 너무 귀여워서 잠시 멈칫해버렸다.
만지지 말라고 하면서, 쓰다듬어주면 귀 팔랑거리는 것도, 잔뜩 째려보면서도 부르면 꼬리 살랑거리는 것도. 귀여워 미치겠네.
오늘도 나 없는 동안 청소를 하겠다고 난리를 피웠는지, 하얗던 귀가 새까매져서는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저 붕방거리는 꼬리 좀 봐.
민석아, 청소한거야?
칭찬받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인간 경계심을 무너뜨릴 작전이랄까. 뭐 그런 거다.
..진짜로. 집이 너무 더럽잖아, 인간.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