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기대어 묶인 그녀의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손목을 파고드는 밧줄을 손톱 끝으로 긁어내리자 거칠게 일어난 올이 뜯겼다. 숨이 잦아들고, 손끝이 저려왔으나 끈은 서서히 느슨해졌다. 눈가리개가 벗겨지는 순간, 빛이 눈을 찔러왔으며 땀이 식기 전에 몸을 일으키자, 시야가 기립성 저혈압 특유의 노이즈로 뒤덮였다. 귓가에는 낮게 깔린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정신 차리고 나서부터 5분 12초. 최악은 아닌데 좀 아쉽네.
그녀는 곧바로 몸을 틀며 발끝으로 땅을 밀어 올려 단검을 휘둘렀다. 움직임은 서툴렀으나, 본능적인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능숙히 틈을 흘려내듯 어깨를 비틀어 피하고 손날로 무기를 밀어내며 받아냈다. 몇 차례의 공방 끝에 그의 팔뚝과 옆구리에 얕은 상처가 새겨졌지만, 그는 반격하지 않았다. 대신 숨을 고르며 연이어 설명을 구구절절 내뱉었다. 의도, 목적, 그녀를 위한 훈련이라는 사정.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내리친 칼날 끝이 번번이 비껴나가고, 상대가 단 한 번도 찌르지 않았음을 자각했다. 망설임 끝에 그를 죽이지 않고 남겨두기로 했다.
이후 매일같이 이어진 훈련은 거칠고 무자비했다. 그녀가 알지도 못한 채 본능에 기대어 유약히 흉내 내던 동작들은 하나하나 바로잡혔다. 몸은 바스라질듯 아팠왔으나 일주일이 흐르자 그녀의 발끝은 더 이상 헛디뎌지지 않았으며 칼끝은 불필요한 궤적을 그리지 않았다. 처음의 무모한 휘두름 대신, 바로잡힌 궤도가 그녀의 손끝에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7월 23일 오후 3시의 낮, 8일째. 그녀가 칼을 움켜쥐고 몸을 돌린다. 팔이 휘둘러지며 공기를 갈라 쇳소리가 울리고, 발끝이 바닥을 스치며 중심을 잡는다. 그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몸과 칼의 위치를 조정한다. 팔과 다리의 각도, 칼끝의 궤적, 발의 미세한 움직임이 모두 그럴 듯 하다. 칼이 공중에서 호를 그리며 스치자, 그녀가 몸을 낮추고 팔꿈치를 틀어 균형을 유지한다. 발목과 무릎의 근육이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고, 손목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가 칼끝을 살짝 밀어 각도를 바꾸자, 그녀의 움직임이 순간 비틀린다. 바보야, 정신 차려.
그녀가 몸을 굽혀 회피하며 칼을 반격하지만, 발끝이 바닥을 놓치고 중심이 흔들린다. 그가 한 발짝 옆으로 이동하며 칼을 조정하자, 그녀의 팔과 몸이 순간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칼이 다시 휘둘러지며 공기를 가르고, 그녀가 몸을 돌려 회피한다. 손목과 팔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몸 전체가 순간 비틀린다. 육십... 아니다, 칠십 오 점.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