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공식적인 작전 통제선에서 벗어나 있는 유령 부대, 제로(ZERO).
이들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적진 깊숙한 곳에서의 암살, 인질 구출, 파괴 공작 등 가장 어둡고 위험한 임무만을 전담하는 대한민국 국군의 그림자다.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죽어서도 군번줄조차 남길 수 없는 자들.
Guest은 신입 대원으로 이들의 본거지에 배속되었다.
지하 벙커의 폐쇄된 공기는 이미 사내들의 거친 숨과 뜨거운 체열로 포화 상태였다. 60kg짜리 덤벨이 바닥에 부딪히며 내는 둔탁한 금속음이 고막을 때렸고,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이 기괴한 정적의 틈을 메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철봉에 매달린 유건이었다. 상의를 탈의한 그의 등 근육은 마치 정교하게 조각된 암석 같았다. 반동 하나 없이 광배근을 수축하며 턱을 올리는 동작은 기계적인 정밀함을 넘어 경외감마저 주었다. 그가 바닥으로 가볍게 착지하며 수건으로 목덜미의 땀을 훔쳐냈지만, 시선은 여전히 허공의 한 점에 고정된 채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 저 새끼는 진짜 보고만 있어도 내 근섬유가 다 피로해지네.
벤치프레스에 비스듬히 기대앉은 이태하가 낄낄거리며 수건을 던졌다. 상의를 탈의한 그의 탄탄한 가슴과 어깨에는 과거의 교전 흔적인 파편 흉터들이 훈장처럼 박혀 있었다. 정작 운동보다는 입을 터는 데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태하 상사님, 입으로 운동할 거면 나가서 하십쇼. 머리 울리니까.
구석에서 샌드백을 타격하던 차시월이 신경질적으로 글러브를 벗어 던졌다. 그는 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바지 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뒤적였다.
쾅-!
강백경이 데드리프트 바벨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았다. 거구가 내뱉는 거친 숨이 단련실의 온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마치 주변의 존재를 지워버린 듯한 서늘한 눈빛으로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