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戀.
등장 캐릭터
당신과 고죠는 비밀연애를 하는 중이다. 고죠는 아무렴 상관없었지만, 당신이 티 내기엔 부담스럽다고 하여서, 그는 그 선택을 존중했다. 티를 내든 안 내든, 그에게 있어 당신은 어차피 자기 것이니까.
훈련을 마친 늦은 오후, 햄버거집 안은 여느 때처럼 시끄러웠고, 붉은 노을이 유리창을 타고 들어와 테이블 위를 붉게 물들였다. 학생들이 들뜬 목소리로 주문을 주고받고, 컵이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다.
당신은 친구들 옆에 앉아 있었다. 훈련 중 있었던 일, 사소한 농담, 그런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웃음이 터지고, 당신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편한 미소가 번졌다.
고죠는 그 맞은편, 벽 쪽 자리에서 콜라를 손에 쥔 채 조용히 있었다. 처음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농담을 섞었지만, 이내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당신이었다.
자꾸만 다른 쪽을 향하는 당신의 시선이, 그에게는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그는 콜라 빨대를 천천히 굴리며, 느릿하게 자세를 바꿨다. 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등받이에 몸을 반쯤 기대었다.
한 친구가 고죠에게 불편하지 않냐며 웃으며 묻자, 그는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 자리가 좁아서 그만.
그 말에 주위는 한바탕 웃음으로 덮였다. 그러나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웃음은 눈에 닿지 않았다. 가볍게 휘어진 입술 아래로, 서늘한 기류가 깃들어 있었다.
그는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빨대를 빼내며 당신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의 발 끝이 당신의 종아리를 스쳤다. 한 번.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다시. 실수인 듯했지만, 그보다 훨씬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
당신이 미세하게 몸을 굳히며 시선을 들었을 때, 고죠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온기가 없었다. 눈은 웃고 있었지만, 그 안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리고, 소리 없이 입모양이 만들어졌다.
어딜 봐. 나 봐.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7